최상현 주필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 결정돼 발표된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본인 스스로도 노벨위원회의 그같은 발표 소식을 듣고 놀랍고 황송하다고 했을 만큼 전연 뜻밖의 수상 소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에게 축하의 전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축하 무드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서도 도대체 그 상이 왜 취임한 지 1년도 채 안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느냐는 성토의 목소리도 만만치가 않다.

성토의 목소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는 흑인으로 아직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사라지지 않은 백인 주류 사회에서 대통령이 된 위업의 달성자다.

그것만으로도 소수 유색 인종에게 인권 측면의 자부심과 평등감,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인권에 대한 자부심과 평등감, 인종 간 갈등이 없는 마음의 평화가 결국은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출발점이 아닌가.

또 업적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재임 후 짧은 기간에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단행하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었던 동유럽 미사일 방어망(MD)의 설치계획을 철회했다. 핵 없는 세상을 부르짖고 있으며 이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이 걸린 기후변화와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 간의 공조를 이끌어 내는데도 세계의 중심국가로서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렇게 보면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말대로 오바마의 업적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충분하다.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일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어서 그의 상은 업적을 보고 주어진다기보다 오히려 차후의 기대와 희망에서 주어진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노벨위원회도 이점에 대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벨상은 오바마에게 일종의 멍에나 굴레가 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본성이 본디 착하다고 볼 때 전쟁을 원하는 국가 지도자는 거의 없을 것이지만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오바마의 미국이 꼬이는 국제 문제에서 끝까지 힘을 감추고 평화적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는 주목거리가 될 것이다.

어쨌거나 노벨상을 받는 오바마에게 우리가 갖는 기대와 희망 중의 하나는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냐 일 것이다. 한반도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평화가 절실한 곳이며 한반도의 평화가 곧 동북아의 평화요 세계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노르웨이 현지 시각으로 오는 12월 10일 오후 4시 30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시청에서 노르웨이 국왕과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벨평화상을 받는다. 평화상 수상 날짜와 시각은 노벨재단의 창립자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바로 그 날짜 그 시각이다.

그러니까 그날 그 시각은 바로 노벨상을 주는 날이기도 하지만 노벨재단의 창립자 노벨을 기리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노벨은 산업용 폭약물질인 니트로글리세린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발명가일 뿐만 아니라 과학자이고 사업가이며 작가이고 평화애호주의자였다고 한다. 그가 발명한 폭약이 전쟁에 쓰이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 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그는 한때 파리에 살았다. 그때 그의 형 루드비히 노벨이 죽었는데 파리의 한 신문이 자신인 알프레드 노벨이 죽은 것으로 잘못 알고 ‘죽음의 상인이 죽었다’고 오보를 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것이 노벨 평화상을 만든 직접적인 동기라고 전해진다.

노벨은 스웨덴 출신이지만 유언에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주어지는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주어지도록 했다. 그 같은 유언의 진의는 잘 모르지만 아마 노르웨이가 노벨이 살아 있을 때는 스웨덴에 귀속된 같은 왕국이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 아닌가 싶다.

또한, 노벨은 이탈리아 산 레모 자택에서 죽을 때까지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지의 여러 나라에 살면서 사업을 했던 코스모폴리탄(세계주의자)이었는데 이 점 역시 평화상의 장소를 노르웨이로 지정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노벨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보다도 그가 가진 거의 전 재산을 내놓아 노벨상을 제정해 시행케 함으로써 죽어서 더욱 우리와 친근하게 함께 살고 있다. 아무튼 노벨평화상을 받는 오바마가 기대대로 세계 평화를 위해 큰일을 한다면 이 상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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