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초대형 참사 앞에서 제대로 된 양심이라면 누구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진정 우리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현실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물속에 잠겨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성찰케 한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물속으로 가라앉는 우리 아이들을 뻔히 두 눈을 뜬 채 구경만 했던 사람들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여객선 안에, 또 깊고 차가운 물속에 갇혔던 우리 아이들,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살려달라고 얼마나 외쳤겠는가.

그래도 이 땅에 양심은 살아 있었다. 노란 리본을 주고받으며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는 우리 국민의 마음이 따뜻하다. 촛불을 들고 손을 모으는 우리 이웃들의 젖은 눈가에도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묻어난다. 소박한 구호품을 보내주는 사람들, 손수 편지를 적어 보내주는 친구들, 앞장서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들, 모두가 우리의 희망이요 양심이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민초들의 힘은 비록 크진 않지만 늘 이렇게 위대했다. 그 힘이 쌓이고 뭉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큰 절망 앞에서도 희망을 간직하는 이유라 하겠다.

그러나 어느 땐들 이러한 단합된 힘을 뭉개고 조롱하는 무리들도 있기 마련이다. SNS 등을 통해 전해지는 일각의 몰상식한 발언은 그냥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존재들의 무책임한 궤변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면 다르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실종자 가족의 절규를 ‘선동꾼’으로 지칭했다. 심지어 밀양 송전탑 얘기까지 꺼내며 인격 자체를 매도했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또다시 색깔론을 폈다. 명색이 집권당 지도부의 일원이다. 상식 이하의 수준이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송영선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좋은 공부의 기회”라며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과연 온전한 정신의 소유자인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우리 역사가 말해주듯이 민초는 큰 위기 때마다 서로를 끌어안고 뜻을 모았다. 나라를 팔아먹고 국론을 나누고 민초들의 아픔을 짓밟은 자들은 늘 그들, 고관대작들이었다. 정치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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