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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삼성생명 지분 매각
금융 사업재편 신호탄 전망

[천지일보=유영선 기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출근경영을 재개하면서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제일기획·삼성SDS는 지난 22일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328만 4940주(1.64%)를 블록딜 형식으로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특히 이날은 이 회장이 귀국한 후 서초사옥으로 첫 출근한 날이었다.

이는 이 회장이 앞으로 삼성 계열사 사업구조 개편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출근경영을 재개할 경우 올해 초에 화두로 던진 ‘마하경영’을 직접 이끌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에 힘쓸 것이란 게 재계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삼성 계열사 사업구조 개편이 숨 가쁘게 진행돼 왔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계열사 지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을 했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치는 등 신기술 개발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한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삼성그룹 사업 재편이 이번에는 금융 계열사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블록딜로 이들 4개 계열사의 삼성생명 보유 지분은 0%가 됐고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는 에버랜드만 남게 됐다.

삼성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는 삼성전자에,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으로 양분화 된 것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도 끊어졌다.

일각에선 최근 금융 계열사 간 지분정리가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금융지주사의 설립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그룹 전체를 지주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29.8만주(0.6%)를 삼성카드로부터 매입함에 따라 지분율이 11%인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계열사로부터 삼성카드 지분 5.81%를 사들여 지분율을 34.41%로 끌어올린 바 있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지분율 30%를 넘는 회사(비상장 50%)는 자회사로 편입할 수 없다.

일단 삼성그룹 측은 지분매각 이유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삼성전기(지분율 0.6%), 제일기획(0.21%), 삼성정밀화학(0.47%), 삼성SDS(0.35%)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1%대에 불과한 만큼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 계열사 간의 동시다발적인 지분정리는 당장 지배구조에 아무론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국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회장이 앞으로 삼성그룹의 계열사 사업구조 조정을 직접 챙기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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