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지 기자] 책은 익숙하고 전형화된 대한제국의 장면들을 부수고 뒤집고 파고든다.

저자는 대한민보시사만평과 당시 발행된 여러 신문의 3면 기사를 겹쳐 읽으며, 거시적 그물망에 걸리지 않은 절대다수 장삼이사의 세상살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동안 우리는 재미없는 근대를 접해왔다. 하지만 저자가 스케치한 대한제국은 사람들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욕망이 부딪친 시기였다. 특히 1898년은 평범한 인민의 입장에서 귀중한 전환점이었다.

저자는 저잣거리 풍경을 다루면서도 오늘날 한국이 시작된 시공간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에 관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한 세기가 흐른 후 오늘날은 어떻게 기억될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억조차 남겨지지 않을 일들이 될 테지만 아무려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한 힘껏 더 많이 웃고 사랑할 것,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할 것, 조금 더 우리의 절실한 목소리를 낼 것. 그것이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100여 년 전 우리가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이승원 지음 / 천년의상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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