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대한민국의 자화상
정약용의 목민관 교훈 삼을 때
총화로 이겨 거듭나는 기회돼야

 
침몰한 세월호는 작은 대한민국이었다. 온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이번 참사는 역시나 인재(人災)였다.

온 국민을 울게 하고 세계를 분노케 한 어이없는 참사는 어디서 온 것인가.

정신없이 달릴 줄만 알았던 대한민국호는 세월호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서 복원력을 잃고 급격히 기울어지며 침몰하고 말았다. 장래가 구만리 같은 나라의 보물들이 바다 한가운데 희생의 제물이 되고서야 비로소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모양새다. 차마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애달픈 사연들을 뒤로한 채 선생님과 제자, 나아가 일반승객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님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남아 있는 부모 형제 자녀 친지 스승과 제자 시민 국민 나아가 온 세계인은 왜 이다지 억울하고 분한 마음 가눌 길 없을까.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은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라 진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먼저 살아온 우리 기성세대의 무책임의 산물임을 통감해야 한다. 바다에 떠 있는 여객선이 갖는 성격은 일반 사회와 나라의 구조를 옮겨 놓은 듯 빼닮아 있다. , 배가 하나의 조직체며 나라라면, 선장은 지도자며, 선원은 지도자와 함께하는 각 기관의 책임자들이며, 선객은 구성원이자 백성이 된다. 그 배에 선장과 선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선객이 있기 때문이며, 선객들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며 배와 선객들과 함께 끝까지 운명을 같이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러한 배의 성격을 그대로 이 사회와 나라에 옮겨와 보자.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자. 결국 바다 같은 세상에 우리는 선장과 선원이 자기 살 궁리만 하고, 때론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한민국호는 속절없이 침몰해 왔으니, 세월호는 오늘의 자화상이요 거울임을 금쪽같은 생명과 맞바꾸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각할수록 그 치른 대가가 너무 귀하고 커 자꾸 화가 나고 억울해 견디기가 힘이 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속담처럼, 이제 정부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때 아닌 부산을 떤다. ‘수학여행 전면 중지라는 조치를 비롯해 땜질 처방의 무책임한 임기응변식 탁상공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고 또 계속 나올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신중한 자세로 참사의 근본 원인을 총체적 관점에서 진단해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정리하고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눈치만 보는 공직자, 무사안일과 복지부동하는 공직자는 일벌백계해야 함은 마땅하다. 금번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책임자 역시 그 책임에서 절대 벗어나선 안 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 선생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의 이반(離反)이다라고 일깨운 목민관의 덕목이 유독 와 닿는다.

외신은 세월호의 침몰사건을 여지없이 자국으로 타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더 우리를 잘 아는 듯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 현대화 수준 묻는 시험” “한국정부 위기관리능력 시험대” “먼저 도망친 선장은 악마” “그동안 숱한 사고에도 교훈 얻지 못한 후진국형 사고특히 한국의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면서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보호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꼬집은 점은 부끄러움을 넘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메시지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도 그 곳에는 아이들이 좋아 선생님이 됐다며, 사고 당시 SNS로 학생들에게 걱정하지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며 용기를 주며 학생들을 구출한 고 최화정 선생님이 있었다. 왜 구명조끼를 안 입어요라고 묻자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4층에서 구명조끼를 구해 3층 학생들에게 건네며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을 구조하며 승객과 함께하다 순직한 천사 고 박지영 승무원이 있었다. 뿐이겠는가. 물이 차오르자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넸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어리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학생 고 정차웅 군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2학년 6반 담임 고 남윤철 선생님이 있었으며, 부인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 해, 끊어” “수협 통장에 모아 둔 돈 아이들 등록금으로 사용해라며 끝까지 자기 사명을 다하다 순직한 세월호 사무장 고 양대홍 씨가 있었다.

하지만 선장과 나머지 선원들이 버리고 떠난 배는 어린 학생들의 피우지 못한 꿈과 함께 서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리고 그 흔적만 오늘도 유유히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이제 수치와 함께 치부를 드러내며 온 세계를 놀라게 한 세월호 침몰 사건,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아픈 상처로 남겠지만 힘내어 다시 일어나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다는 말처럼 국민의 총화로 이겨내고, 이 참사를 거울로 삼아 전반에 걸쳐 거듭나는 환골탈태의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슬픔과 분노로 힘든 날을 살아가야 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드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한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구조원들의 노고에 진심의 찬사를 보낸다. 부디 한 생명이라도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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