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익에 충실했던 늙은 배들의 방기(放棄)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 구간 해상에서 지난 16일 여객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당시 구조된 174명 외에 일주일 동안 안타깝게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되지 못했다. 세월호 선장 등 선박직원들이나 해경, 관제센터 등에서 배의 이상 징후를 간파한 이후 완전 침몰 시까지 얼마간 시간이 있었지만 선내에서는 안내방송 등 사고처리 매뉴얼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초기 수습에 나선 구조팀들은 장비 부족으로 적기(適期)를 놓치는 등 여러 이유에서다.

자신의 기본 의무를 방기한 채 선장, 항해사 등은 먼저 도망을 쳤고, 사고대책본부는 우왕좌왕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선실에서 방송 말을 믿고 오직 구조만을 기다리던 젊은 그들의 마음이나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애타는 마음과는 달리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바, 생각할수록 세월호 참사는 국민의 분노를 들끓게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합동수사본부나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인재에다가 관재(官災)가 겹쳐 발생한 최악의 사고로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당했고, 또한 국민 모두가 언제라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는 한마디로 한심한 수준이었다. 안전 항해가 보장되지 않을 만큼 위태한 상황에서도 선박회사나 여객선 운영 주체는 헐값 직원 채용에 안전 운항에 대한 투자 없이 돈벌이에 여념이 없었고, 정부에서는 선박 자체에 관한 전문적 검토 없이 다만 규제완화라는 측면에서 20년 된 배의 운항 햇수를 완화하면 기업비용이 연간 200억 원 절감될 것이라 주장하면서 허용했던 것인데, 해상안전관리를 맡은 정부기관 등은 안전검사나 사후관리에서도 철저를 기하지 못한 실정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해운법시행규칙을 개정해 선령제한 20년에 5년까지만 운항연장이 가능했던 여객선을 10년까지 연장했고, 청해진해운은 2012년 선령 18년 된 폐선에 가까운 여객선을 일본에서 사들여와 선실을 대폭 증가시키고 문제투성이 속에서 운항해왔다. 정부의 규제 완화 덕에 국내운항 중인 여객선 4대 중 한 대는 선령 20년 이상이 된 늙은 배라고 하는데, 충분한 대책 없이 기업 이익에 충실한 정부의 안일함과 어긋난 직업윤리, 형식적인 해상 안전관리시스템이 만들어낸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만든 人災, 官災인 것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안전뒷북만 칠 것인가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는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의 안전에 대한 허술한 현 수준과 해상사고 수습 처리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알린 부끄러운 사건이다. 동시에 젊음을 꽃피우지 못하고 희생당한 학생들에게 기성세대가 처절히 반성해야 할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 가족들과 국민의 가슴을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게 했고, 비통하게 만들었다.

어른들 말 잘 들어 차가운 바다 속에 갇힌 아이들아! 우리가 잘못했다. 부디 살아 돌아오렴이라는 기원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경기도 안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실종자 무사 생환 기원 시민 촛불행사가 이어지고, 세계 언론과 국제사회에서도 실종자 구조를 위한 염원이 담긴 보도와 행사가 열리고 있다. 불행한 사태를 맞아 국민은 뉴스를 통해 진도 소식을 접하면서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희망의 끈을 이어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일주일째. 그동안 모든 생각이 정지된 것처럼 국민은 공황상태다. 그런 입장인데 하물며 아이를 차가운 바다 속에 두고 생사조차 모르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하랴. 이번 참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협 요소로부터 얼마나 형식적이고 취약한가를 절실히 알았으니 그 충격과 그 비통감은 이룰 말할 수가 없다.

같은 비극이 두 번 되풀이돼선 결코 안 될 것이다. 국민 모두가 바라는 대로 이번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잘못됨을 고치고 책임질 자들을 척결해야 한다. 횡행(橫行)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면면들배려 없는 이기주의(利己主義)와 기본이 안 된 직업윤리, 불신을 가중시키는 정치 구태와 빨리빨리문화 등 부정적 요소은 언제든지 대형사고를 칠 위험요소들이다. 어디서부터 기성세대가 잘못된 길을 걸어왔는지 정부는 허점투성이 관리대책에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신창이가 된 국민안전대책! 더 이상 뒷북치기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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