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중앙역 건너편 광장에 ‘어서 우리 품에 돌아오라’고 적힌 현수막과 단원고 2학년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걸려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민 “눈물 나서 단원고 근처도 가지 않아”
온종일 스마트폰·TV로 생존자 소식 기다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어떡하니…. 어떡해.”

전남 진도군 관매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닷새째. 대한민국은 슬픔에 빠졌다. 우리 국민은 뉴스 속에서 아들, 딸을 부르며 주저앉아 오열하는 어머니, 아버지를 보며 같이 눈물을 흘렸다. 차갑고 칠흑 같은 바닷속에 떨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메인 것이다.

우리 국민은 또 아침에 눈을 떠잠이 들 때까지 스마트폰과 TV,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실종자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국민은 종교와 상관없이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가슴을 부여잡고 기도했다.

언행 불일치인 정부와 해경, 탑승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청해진해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초등학생 등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서울역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내용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이아름(27,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씨는 “종일 뉴스를 켜놓고 산다. 혹시 누가 구출됐는지를 수시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탑승자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애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실종자들이 살아만 있었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상수(60,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씨도 “내 자식 같은 심정으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온 국민의 마음이 무겁고 침울하다. 생존자가 빨리 나와야 할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9일 기자가 찾은 안산시는 우울한 분위기였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중앙역 건너편 광장에는 ‘어서 우리 품에 돌아오라’고 적힌 현수막과 단원고 2학년 학생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걸려 있었다.

‘00야! 돌아와. 추워도 좀만 참자. 가족들이 기다리잖아. 다른 친구들도 힘내자! 기도할게…. 사랑해 애들아! 빨리 돌아와서 맛있는 밥이랑, 아이스크림 먹자! 잠깐 외출한 거니까 이제 귀가해야지. 등 따신 집에 돌아오자. 기다릴게. 우리 아기들.’

안산시 상가 곳곳도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붐비었던 시내는 텅텅 비었다. 안산 시민은 비통한 심경으로 외출도 삼가고 있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 단원고 교문 앞에는 진도에 가지 못하는 시민이 놓은 국화꽃이 실종된 학생들의 자리를 대신했다. 경찰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사망자 친척으로 보이는 무리가 오열하자 주변에 있던 이웃주민과 자리를 지키던 자원봉사자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단원고 근처 중식당에서 일하는 이돈학(35, 안산시 단원구 선부2동) 씨는 “안산뿐 아니라 전국은 완전 초상집 분위기”라며 “사람들 표정이 모두 슬퍼 보이고 모이면 세월호 침몰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산에서 10년 동안 살았는데 이렇게 침울한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이 지역 주민은 단원고 근처에 가면 눈물이 나서 주위에도 잘 가지 않는다. 어서 빨리 (학생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봄 축제도 대부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안산길거리축제, 대부도포도축제, 제2회 대부바다향기 튤립축제 등 축제가 취소됐다. 19일 개최 예정이었던 춘천 소양강댐 용너머길 걷기 행사, 보령 재즈 올스타 스페셜 콘서트, 서산 해미읍성 전통문화공연 등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서로 공감해주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규만 한국심리건강센터 센터장은 “이런 상황일수록 서로 수용하고, 공감해줘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집단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면서 “IMF때처럼 국민이 단합해서 자원봉사, 촛불집회 등에 국민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탑승자 가족이 분노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며 “가족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도록 공감해주고 곁에 있으면서 함께 울어주면 위로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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