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파엘로 산치오가 그린 ‘그리스도의 예수변형’ 제단화(교회 건축물 제단 위에 설치하는 그림)가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모습. 1800년대 말 유리원판 필름에 담을 당시 로마바티칸미술관에 소장됐으나, 현재는 존재여부 알 수 없음. 실제 크기는 최소 가로 세로 모두 2m 이상일 정도로 대작이다. ①그림을 그린 뒤 얼굴 표정을 더 강조하기 위해 얼굴만 확대(②그림)해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①그림 하단부는 라파엘로가 죽은 뒤 줄리아 로마노에 의해 그려지면서 완성된다. (사진제공: 정성길 명예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미스터리 기법’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상태로는 처음
“실물과 똑같은 작품 하나를 축소해 그렸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기법”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기독교계의 가장 큰 절기행사라 할 수 있는 부활절을 맞아 라파엘로 산치오의 제단화(교회 건축물 제단 위에 설치하는 그림)가 공개됐다.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으로부터 본지는 부활절과 연관된 2점의 라파엘로 작품을 입수했다. ‘그리스도의 변형’이란 제목의 작품으로 예수의 승천모습을 제자들이 목격하고 있는 웅장한 모습과 예수 얼굴만 확대된 작품 2점이다. 라파엘로가 예수 승천모습을 전체적으로 그린 뒤 예수 얼굴표정을 더 강조하기 위해 얼굴만 확대해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크기는 최소 가로 세로 모두 2m 이상일 정도로 대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표정은 원본 작품에선 더 섬세하게 표현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10㎝ 미만의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 담겨 있는 것을 공개한 것이다.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37세의 나이로 요절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의 일부 하단부는 라파엘로가 완성하기 전에 죽게 되면서 줄리아 로마노가 마저 그리면서 완성된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현재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유리원판 필름의 원리를 알 필요가 있다. 작품은 1800년대 말 로마바티칸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것을 선교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누군가 유리원판 필름에 담았고, 이를 정 관장이 사재를 다 팔아가며 모아온 것이다.

주목할 점은 컬러 유리원판의 제작기법이다. 당시 필름은 감광도가 매우 낮은 건판으로 0.2mm 유리판에 감광재료를 바른 후 젤라틴 막을 입혀 촬영하면 실상과 반대인 네거티브(음화)로 찍혀지고 이것을 다시 실상과 같은 포지티브(양화)로 반전시킨 후 그 위에 원색에 가까운 칠을 해 컬러 유리 원판으로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현품을 찍어 나온 유리로 된 흑백필름에 붓으로 색을 칠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유리를 덧씌워 ‘샌드위치형’으로 만든 것이다.

특히 현품과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신비감을 갖게 한다. 정성길 관장은 “당시 필름은 유리를 사용했다. 유리에 붓을 칠하면 매끄럽기 때문에 밀리게 되어 있는데 정교하게 색이 입혀져 있다. 이는 아주 고도의 기술이자 내가 생각해봐도 제작기법이 미스터리”라며 놀라워했다. 정 관장은 유리 관련 특허만 40개 이상을 낸 인물이다. 유리전문가가 이같이 말할 정도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 관장에 따르면 실제 2m크기로 현상해 봐도 굉장히 선명하다. 더구나 현재 이 작품의 존재여부는 알 수 없다. 어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지,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된 많은 작품들 중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라파엘로 작품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정 관장은 “라파엘로가 예수승천의 전체적인 모습을 성경에 입각해 그렸지만 마음에 다 담지 못했는지 간절한 기도로 그 예수 얼굴 표정을 더 크게 나타낸 것 같다”면서 기독교인들이 이 그림을 보고 부활절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록사진수집가인 정성길 관장은 20년간 전 세계를 돌며 3000장이 넘는 유리원판 필름을 모았는데, 그중에는 고흐, 피카소 등의 명화 작품 뿐 아니라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렘브란트 거장들의 성화 작품이 들어가 있다. 현품과 흡사하게 제작돼 있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선종 울산박물관 사진유물담당 학예사는 “유리원판 필름은 우리에게 익숙한 합성수지 필름이 나오면서 하향세를 걸었지만, 특히 컬러 유리원판 필름은 또 다른 화가가 실물과 똑같은 작품 하나를 그렸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기법”이라 설명했다.

성화전문가 윤성도 교수 역시 “유리원판 기술은 지금은 소멸됐다. 따라서 그 자체가 지금으로선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대단한 기술”이라며 감탄했다.

정 관장은 유리원판 필름 기법을 더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과거 KBS1 TV쇼 진품명품에도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기법에 대해 잘 아는 자가 없어 당시 1회만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3회까지 연장 출연했다. 당시 제작팀은 정 관장 자택에서 열흘간 머물면서 감정한 결과 1세기 전 제작된 유리원판이 맞으며 채색된 작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 정성길 관장이 컬러 유리원판 필름에 담긴 라파엘로의 작품을 돋보기로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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