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 3학년이 배우는 국어교과서 고문에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실려 있다. 제2장에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마르므로 냇물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란 대목이 나온다. 그 내용에서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은 나무나 물의 기본적인 가치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의미는 국가․사회의 근본과 바탕을 말함이요, 국가가 국민을 위해 가져야 할 도덕과 기풍이 바로 선 덕목으로도 풀이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재난이 시시때때로 닥치다보니 개인적 생존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기본으로 여기는바, 어느 학자가 말한 ‘인간욕구 5단계설’ 가운데 생존, 안전은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기본 욕구마저 보장할 수 없는 국가이거나 최소한 직업윤리로서 직업인의 근본이 흐트러진 사회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데,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무기력한 정부의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참사가 보여준 적나라한 모습들, 선체에서 탑승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박직들은 먼저 탈출해버리고, 사고 후 배 침몰까지 2시간 20분간 인명 구조 적기를 전문 구조장비가 없어 놓친데다가 사고 수습에 신속 대처해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자 수마저 파악치 못해 우왕좌왕했고, 천안함사태 이후 만약의 해양사고에 대비해 1590억 원을 들여 만든 후 2012년 9월에 진수식을 가진 해군 최첨단 수상구조함은 결함으로 조선소에서 시운전중이니 비통하다.

‘최악의 사고에 최악의 정부 대응’으로 평가되는 이번 사고는 탑승자나 가족뿐만이 아닌 국민에게 분노를 일게 하고 “사건 이전의 시간으로 멈춰진,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패닉상태로까지 몰아넣고 있다. 그렇다 해도 아직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은 인명구조요,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인데, 그 뜻을 소중히 여겨 사회가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힘 보태주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기간 중 또는 다만 며칠간이라도 전국의 축제나 프로야구 등 스포츠를 일시 중단하고선 학생들이 인생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져 버린 데 대한 기성세대들의 무한 책임을 느끼며 조용히 반성하는 일에 동참하기를 본 사설에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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