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정치연합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로 홍역을 앓고 난 뒤, 이번에는 개혁공천 문제로 다시 내홍이 심각하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무력화 되자 곳곳에서 파열음과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각 계파의 수장들은 자신들의 몫이 뺏길까봐 노골적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혁공천으로 자리가 위태로운 쪽에서도 연일 지도부에 반기를 드는 형국이다. 오죽했으면 정균환 최고위원이 ‘콩가루 같다’는 표현까지 했을 정도이다.

물론 어느 땐들 공천과정이 조용할 리가 없다. 조용한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천의 파열음이 개혁과 쇄신을 위한 과정인지, 아니면 특정인 중심의 계보정치의 산물인지를 명확히 가릴 필요가 있다. 자칫 구태의연한 퇴물들의 저항까지 개혁공천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개혁공천의 목표와 기준 그리고 당 지도부의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개혁공천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경우 결국 저항세력의 반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개혁공천 논란도 예외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내 몫 챙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일부 구 민주당 인사들의 목소리가 너무 강경하다. 물론 자신들이 개혁공천의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이 왜 개혁공천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지, 퇴색된 새정치의 가치를 어떻게 살려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이해, 협력이 부족하다. 말로는 새정치에 편승하지만 실상은 구태의 ‘내 몫 챙기기’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정말 ‘도로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정치의 깃발을 찢어버리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에 대한 신뢰와 리더십에 결정적인 금이 갔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두 대표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곳곳에서 저항과 반발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퇴출돼야 할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개혁공천이 꼬리를 내리는 순간 새정치연합은 다시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 것이다. 콩가루같은 정당에 누가 한 표라도 희망을 실어 주겠는가.

새정치연합에게, 그리고 안철수 공동대표에게도 광주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광주시민들이 광주광역시장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지, 그것은 광주시만의 문제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그 속에 새정치의 생명이 담겨있으며 나아가서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자산과 가치가 녹아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차기 총선과 대선을 위한 혁신과 비전 그리고 전략까지 내포돼 있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광주시민들이 정말 엄중히 판단해야 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개혁공천은 죽은 것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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