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항우를 따라 관중으로 들어간 장이는 논공행상을 할 때 공로를 인정받아 조나라 땅을 분할 받고 상산왕에 임명되고 신도를 가지게 되었다. 항우의 인사를 두고 진여의 식객들은 항우에게 건의를 했다.

“진여와 장이는 함께 조나라를 받든 사람들입니다. 진여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 주시는 것이 합당한 일입입니다.”

항우는 진여가 관중으로 오지 않고 남피에 있다는 것을 듣고 남피 부근의 3현을 봉읍으로 주었다.

그런 처사에 불만을 품은 진여는 제왕 전영이 초나라에 갔을 때 사자 하열을 보냈다. 그는 사자를 통해 항우의 불공평한 인사를 불평하면서 제왕에게 군사를 빌려달라고 청했다.

전영도 전부터 초나라에 대항하려면 조나라 안에 동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시 군사를 진여에게 보냈다.

여기에 힘을 얻은 진여는 3현의 군사들을 총동원하여 상산왕이 된 장이를 공격했다. 장이는 마침내 패주하여 도망치고 말았다. 장이는 제후에게 몸을 의탁하려고 했으나 적당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漢)왕과는 전부터 친분이 있지만 현재 힘이 있는 자는 항우다. 그리고 항우는 나를 왕으로 세운 사람이었다. 그러니 초나라로 가서 몸을 의탁하자.”

그 말을 듣고 장이의 식객인 감공이라는 점성술사가 반대했다.

“한왕이 관중으로 들어왔을 때 다섯 별(목, 화, 토, 금, 수를 말함)이 모두 동정(별자리)에 모였습니다. 동정은 진나라의 성좌입니다. 관중에 제일 먼저 들어온 자가 패자가 되는 셈이므로 초나라는 지금 강대하지만 나중에 한나라에 패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 말을 들은 장이는 생각을 바꾸어 한나라에 몸을 의탁했다.

그즈음 한나라 왕 유방은 영지인 한중으로부터 되돌아와서 3진(항우가 세 곳으로 나눈 관중의 땅)을 평정하고 패구에서 장한을 포위하고 있었다.

장이가 한왕을 찾아가자 유방은 후하게 대접했다.

진여는 장이를 패주시킨 뒤 다시 조나라의 전 영토를 손에 넣고 조나라 왕을 대에서 맞아들여 다시 왕위에 오르게 했다. 조나라 왕은 감사의 뜻으로 진여를 대의 왕으로 세웠다.

당시 조나라 왕은 힘이 보잘것없어서 조나라는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여는 영지로 가지 않고 조왕 밑에서 나랏일을 돕기로 하고 부하인 하열을 대의 재상으로 삼아 나라를 지키게 했다.

한나라 왕이 된 고조 유방은 2년에 드디어 초나라를 공격했다. 그때 조나라에 사자를 보내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자 진여가 요구를 해 왔다.

“장이를 죽여준다면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진여의 대답에 유방은 죄수 중에 장이와 비슷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의 목을 자른 다음 진여에게 보내주었다.

장이의 머리를 받은 진여는 군사들을 보내 한나라를 도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한나라가 팽성의 서쪽에서 패하고 또 장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안 진여는 즉시 한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한나라 고조 3년에 한신이 위나라를 평정하자 한왕은 장이와 한신에게 명령하여 조나라의 정경을 공격하게 했다.

그 결과 진여는 저수의 강변에서 죽었고 조왕 헐도 양나라로 쫓기다가 죽었다. 그렇게 해서 한나라 고조는 장이를 조왕으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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