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갑작스런 발표… 기대보다 우려 더 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오랜 기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삼성전자가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7년간 반올림 등 유가족 측과 벌여오던 갈등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김준식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사옥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브리핑을 열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이 제안한 중재 보상안에 대해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를 자청한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의 가족과 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에서 제안한 사과와 보상안 마련 요구를 11일 접수해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며 “경영진이 이른 시일 내에 공식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가 백혈병 산업 재해 논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 결과와 보상대책 등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식 브리핑을 한 것 역시 지난 2010년 4월 15일 기흥사업장에서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한 이후 4년 만이다.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입장을 밝힌다고 했지 보상을 해주겠다고 얘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표 내용은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반올림 측 역시 우려가 더 크다.반올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협상이 결렬된 후 어떤 언지도 없다가 이러니 황당하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이 문제와 관련한 결의안을 논의하기로 예정한날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입장발표를 한 것이기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측은 지난 교섭 때도 의제로 합의한 사과·보상·재발방지대책에 대하여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반올림 측 교섭위원의 자격 시비로 일관했다”며 “(자사는) 발병자와의 대화에 임할 뿐이니 반올림 활동가들은 발병자의 위임장을 가지고 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피해가족들은 지난 7년의 싸움이 그러했듯 이번 교섭에도 반올림의 이름으로 단체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삼성 측은 개인교섭 형태를 강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단순히 보상 한번 받고 끝날 문제가 아니기에 의제에 대한 논의를 먼저 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삼성이 원하는 개인교섭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사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제안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태 일지.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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