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하고 깨트려라’. 썩 좋은 표현은 아닌 듯싶은데 왠지 끌리는 구석이 있다. 이 과격한 표현은 오늘날 케이블TV의 새로운 혁명을 예고하는 극단적 표현이다. 인류가 진보해 오면서 시대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간은 무한히 애써 왔다. 그것이 그 시대 사람들이 일으킨 문명이며, 그 문명에 의해 시대는 문화를 형성하고 또 문화를 누려왔다. 오늘날의 문화는 인터넷과 방송이 대세다. 이러한 문명의 이기는 인간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시키며, 어쩌면 인간이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인간을 이끌어가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지난 10일과 11일 양일간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양휘부)가 주최한 ‘2014 디지털 케이블TV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UHD(Ultra High Definition; 초고화질)방송의 상용화가 시작됐다. 이는 한국보다 나은 UHD기술력을 자랑해온 일본보다 약 3개월 앞선 것이고, 이로 인해 UHD방송 상용화는 세계 최초가 됐다. 이날 양휘부 협회장은 세계 최초 UHD방송 상용화로 가전과 장비, 콘텐츠 등 연관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신기술인 UHD방송 상용화를 시작으로 한국케이블업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는 점이다.

울트라(U)’라는 말과 같이 UHD화면은 HD화면의 실제 4배의 초고화질로 자연색상에 가장 근접한 문명이 낳은 쾌거라 하겠으며, 특히 역사나 문화 나아가 자연 생태계를 비롯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이제 고화질(HD)을 넘어 초고화질(UHD)시대를 맞이함으로써 방송계의 역할과 방향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초고화질시대를 열면서 행사 발제자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말한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본질적인 영혼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부터 들고 나왔다. 그 예로 검고 투박한 셋톱박스(STB)도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컬러나 모양의 변화를 주문했다. IT는 물론 방송에까지 패션의 옷을 입어야 할 것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오프라인 매체에도 도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방송의 미래 시장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이 주도하며 승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지상파는 이미 승자의 기쁨에 안주해 버렸고, 나아가 기득권을 가진 자의 보수 세력이 되고 거대한 몸집이 되어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든 비만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반면 케이블은 열악한 환경과 여건을 이기기 위해 창의적 사고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작은 몸집이 외려 기회가 돼 기동성과 순발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한 예로 N-스크린서비스를 들 수 있겠다. 이 서비스는 단방향 즉, 사업자가 원하는 일방적이고 폐쇄된 사업 환경을 벗어나 사용자가 자유로이 원하는 방송·통신서비스 및 개별 콘텐츠를 실시간 선택 및 해지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 환경을 구현해 냈다. 이는 주체인 시청자와의 소통을 가져온 방송문화의 반항아라는 평가며, 서비스 주도권이 사업자에서 사용자에게로 넘어가는 방송통신 발전의 대변혁을 맞게 한 것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USB와 같은 저장장치인 캐스트하나로 일반 TV에서도 시청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종합유선사업자인 SO와 채널방송사업자인 PP들이 연합하여 사용자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표적 업체로 에브리온TV 등이 있다. 재능TV에서 정보퀴즈쇼로 진행되는 으랏차차 맘스짱같은 프로그램은 N스크린 양방향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모바일TV, 온라인 등 총 7개의 플랫폼으로 동시 생방송됨으로써 사용자가 주인이 되는 방송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대표적 사례가 된다 하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독불장군이 없듯이 지상파와의 공존 속에서 PP사업자들의 혁신적 발전이 요구된다 하겠다. 발전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점도 눈에 띄고 있다. 시장점유율에 대한 규제와 규약을 개혁해야 하는 조치가 하루속히 시행돼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업계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방송시장의 미래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콘텐츠가 미래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길밖엔 답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케이블방송시장은 도전의 장소다. 도전의 길에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기존의 생각을 파괴하고 깨트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행사는 강하게 인식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관심이 가는 것은 이 같은 방송문화의 변화는 앞서가는 세대가 요구하고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때, 변화는 반드시 해야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래하는 방송문화의 기술 개발과 혁신, 또 이를 요구하고 선도하는 계층이 앞선 세대라 한다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세계적 무한 경쟁시대, 기존의 의식과 가치관을 파괴하고 깨트려 방송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도래할 문명을 선도해 나가는 주체가 돼야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