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글, 한글이 창제된 지 563돌을 맞았다.

겉으론 빼앗은 듯 했으나 정신까지 빼앗질 못했던 나라, 급기야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두렵게 여겨 민족의 글과 정신을 말살하려 했던 나라,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 이젠 빼앗는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차 방문한 수상 내외의 입에선 한국의 문화를 사랑한다고 한다. 한글 날 때맞춰 방문한 수상 내외는 문화 말살이 아닌 문화 사랑을 표현하니 아이러니하다.

우리 역사의 제왕들 가운데는 가장 위대하다는 ‘대왕(大王)’의 칭호가 붙는 임금은 유독 두 분이다.

가장 왕성하게 대륙의 정복활동을 펼쳐 왔던 ‘광개토대왕’이 그 중 한 분이며, 우리는 물론 전 세계가 독창성과 과학성과 정보성을 넘어 문화성까지 인정받는 지구촌에서 가장 우수한 글이며, 최근 일본 최고 역사책 ‘고사기’에선 당시 한글이 조선 문자임을 모르고 ‘신이 내린 글자’라 할 정도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고 계신 세종대왕이 또 한 분이다.

500여년이 지난 오늘 훈민정음 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의미처럼, 이 시대에 또다시 백성들에게 무엇인가를 깨우치기 위해 다시금 광화문광장에 살아 나셨다. 따라서 한글날을 맞는 우리는 구호나 행사가 다가 아니라, 그 분의 한글 창제 정신과 뜻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세종께서 한글을 창제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

당시 사용한 글자는 한자로서 이는 중국말과 맞고 우리말과는 맞지 아니하다는 점과, 또 하나는 한자는 특정 계급만이 사용하므로 백성들이 두루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한글을 창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세종의 한글창제 정신을 엿볼 수 있어야 한다. 즉,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백성을 사랑하는 민본주의 사상의 발로였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 분의 정신을 깨달아 계승하는 것이 한글날을 맞는 의의가 아닐까 싶다.

민족의 주체성 확립과 민본주의, 500여년이 지나서 국가 브랜드가 된 한글은 한국인보다 외국인, 나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훌륭한 한글을 놔두고 왜 이상한 외국말이 많나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향해 하는 말이다. 세종대왕의 동상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정신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은 것이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자신들의 글의 가치를 모르는 우매한 백성으로 보인다는 뜻이 아닌가. ‘민족의 정체성 확립’이란 창제자의 의도와도 너무나 거리가 멀지 않은가.

또 지나친 표준어 사용 강요로 인한 지방어와 토속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현실이다. 각 지역의 특색 즉, 정서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알 수 있는 방언을 배척하므로 창제의 정신인 민본주의 사상과도 거리가 멀다. 곧 한글사용의 잘못된 문화를 우리는 낳고 말았음을 먼저 깨달았으면 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적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한글을 가진 국민으로서 그 분의 숭고한 창제 정신을 가히 자랑할 만도 하다. 이제라도 잘못되어져 가는 것은 바로 인식하고 고쳐 나가면 될 것이다.

이제 한글은 한국인의 글만이 아니다. 세계가 인정하고 모두가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하나의 지구촌 시대가 미래에 펼쳐질 시대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미래의 지구촌 시대에 국적을 초월, 모두가 공유하기 위해선 필히 한글을 배워야 한다는 게 세계 지식인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한글의 모국(母國)으로서 우리의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먼저 한글에 대한 이해와 그 가치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무조건적 보급이 아니라 인류공영에 목적을 둔 하나의 지구촌시대를 앞두고 각 민족의 사상과 문화를 배척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인정하고 상호 존중할 줄 아는 선진문화의식을 가진 국민이 될 것을 광화문 르네상스시대를 주도할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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