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환경 훼손하는 학교 앞 호텔 건립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교육청, 학교 옆 호텔 선별적 허용방안 추진
학부모 “숙박시설 설립, 학습 환경 저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지은(여, 41) 씨는 요즘 밤잠을 많이 설친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 인근에 7성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위에는 서울 예담어린이집, 한신유치원, 당산초, 한강미디어고, 선유초·중·고등학교 등 학교가 몰려 있다.

이 씨는 “한번 호텔이 들어서면 주위에 유흥업소가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교육환경이 한순간에 저하될 것이며, 아이들 의 가치관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옆 호텔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학부모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학교 주변에 가족호텔 등 숙박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학습 환경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호텔 건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큼에도 이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7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린 교육 분야 규제개혁 관련 시·도부교육감회의에 제출한 자료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현장의 고질적 규제관련 민원의 처리방안’으로 관광호텔에 대한 유해성 요건을 완화하겠다며 호텔업을 구분하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보건법에서는 ‘호텔’을 학교의 담으로부터 200m 이내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들어설 수 없는 금지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호텔 종류와 상관없이 전체를 금지시설로 하는 게 아니라 유해성 여부에 따라 더 세분화하자는 입장이다.

현재 야당의 반대로 진통을 겪는 정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호텔의 종류와 관계없이 유흥주점·도박장·당구장 등 유흥시설이 없으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금지시설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되는 관광호텔의 경우도 유흥시설이 있는 관광호텔, 유흥시설이 없는 ‘비즈니스 관광호텔’로 더 세분화해 비즈니스 관광호텔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설립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범이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부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호텔건립을 위해 파괴하려 한다”며 “관광·가족호텔 등 종류를 나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 주위에 호텔을 짓겠다는 발상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숙박업소 규제를 완화하는 새 훈령 개정 방향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시범사업 결과를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추진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교육부가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학교 정화위원의 60%가 학교 옆 호텔 건립을 지원하는 훈령 제정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 이유로는 ‘심리적 압박’ ‘신분 노출에 대한 부담감’ 등이 꼽혔다. 개선방안으로는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37.5%)’는 응답이 많았다.

학부모·교사·학교직원·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교육운동연대는 “그동안 교육계와 지역주민들이 학교환경정화구역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강화를 요구해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교육계의 주장과는 반대로 호텔설립의 빗장을 풀어 학교 주변 유해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 진흥을 이유로 학생들의 비교육적 환경을 감수하라는 것은 ‘죄악’”이라고 비판했다.

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환경 훼손하는 학교 앞 호텔 건립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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