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소방서 노철재 홍보교육팀장 

현대사회는 급격한 도시화로 주거 양식의 대부분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화재로부터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9시 35분경 부산광역시 화명동 소재 모 아파트 거실 천장에서 시작된 불로 집안에 있던 홍모(34, 여) 씨와 딸 조모(9) 양, 아들(8), 딸(1)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어머니는 어린 두 자녀를 화마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양팔로 감싸 안은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돼 주위를 더욱 숙연케 했다.

한편 출동한 소방관이 더욱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사고 당시 이들이 ‘발코니의 경량칸막이’를 통한 대피 요령만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화(禍)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날씨가 건조한 겨울철에는 난방기구 사용이 늘면서 화재의 위험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겨울철 화재는 최근 5년간 평균 1만 2751건이 발생했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113.6명이고, 재산피해는 966억 원에 이른다. 이는 하루 평균 141.6건의 화재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겨울철의 화재 사망자 10명 가운데 7명은 아파트나 주택에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만약 불이 나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 발코니 한쪽 벽면에 얇게 만든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무관심으로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대부분 붙박이장, 수납장을 설치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무용지물로 전락했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난 1992년 7월 주택법 개정으로 아파트의 경우 3층 이상 층의 발코니에 세대 간 경계 벽은 파괴하기 쉬운 경량칸막이 설치가 의무화됐고, 2005년 이후에는 세대마다 대피공간 설치 등 별도의 구획된 공간을 두도록 했으며, 대피 공간은 불이 나서 미처 밖으로 탈출하지 못했을 경우 구조될 때까지 대피할 수 있게 마련된 공간으로 2㎡ 이상 면적에 1시간 이상 불에 견딜 수 있는 내화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무서운 화마(火魔)로부터 자신은 물론 소중한 가족과 이웃집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인 경량칸막이와 대피공간이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더 이상 내팽겨져선 안 될 일이다.

경량칸막이는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로 제작돼 있어서 망치나 발로 차는 정도의 가격(加擊)만으로도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불이 일어나거나 위급상황 발생 시 경량칸막이를 부수고 옆집으로 쉽게 대피할 수 있는 통로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입주민이 예기치 못한 화재로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주기적인 소방안전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 관리비 고지서에 명시를 한다든지, 반상회, 안내방송 등을 통해 경량칸막이 또는 대피 공간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도록 반복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각 가정에서는 유사시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 모두 소화기와 옥내소화전 사용법을 평소에 익혀 두고, 경량칸막이 벽과 대피 공간 위치를 숙지해야 한다. 또한 대피 공간만큼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정전에 대비해 휴대용 손전등을 비치해 두는 생활의 지혜도 필요하다.

우리 집의 대피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만일의 경우 가장 짧은 대피로는 어디인지 지금 곧바로 알아두고, 올바른 대피 방법에 대해서도 온 가족이 정보를 공유해야 위기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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