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결정체(結晶體).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에서 국정 파트너로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상대를 존중해줄 때만이 진정한 국가 발전이 따랐고, 그를 통해 국민 생활이 윤택해졌음은 동서고금의 민주주의 역사와 교훈에서도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정부여당은 통이 크면서도 겸손한 국정을 하고, 1야당은 다음차례 집권을 위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국민생활의 편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릇 위정자들의 바람직한 행동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활동을 열심히 하다가도 막상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직에 오르게 되면 정치의 장()에서 초연해지려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정권 말기 대선시기에 보여준 대통령의 소속 정당 탈당이나, 혹은 이명박정부 시절에 대통령은 정치는 국회가 알아서 하고,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문제에 매진하려는 의도를 보였는바,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치는 여당과 야당이 타협해서 결정하라는 등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난 4일 기초의원 공천제도 폐지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 신청을 한 청와대의 회답 건도 마찬가지다. 안 공동대표의 요구가 있자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이 지난 7일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과의 회담 요청 거부 입장을 설명하면서 기초 공천제 폐지 사안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으로서 여야가 논의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내용을 알렸다.

박 수석은 이어 각 당이 선거체제로 전환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은 선거 중립 등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 바, 이 말에 대해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금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만난다고 해서 누가 선거개입이라고 하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겠느냐고 반문한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보인다.

영수회담 불가가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면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마저도 의아해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려면 국민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정치문제부터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권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원하지 않는 만큼 대통령이 정치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제1야당 대표를 자주 만나서 현안을 풀어야 한다. 이는 국민이 대통령을 국가최고지도자로 공경하고 지지하듯이 제1야당 대표에게도 상응하게 국민의 대표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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