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앞길 험난한 드레스덴 선언’. 한반도에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서해상에 포사격을 할 때 남북한 전투기가 근접거리에서 ‘2간 서로 맞닥뜨렸다는 후문이다. NLL을 침범한 북한 미그기에 우리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뻔했다. 발사 버튼을 누르려다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북한 전투기가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이것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예고된 북한 포사격 훈련 끝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발생한 점도 그렇고, 목표물이 문득 시야에서 사라져 미사일 공격을 하지 못했다는 보도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편안히 생업에 종사해야 할 국민들 사이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북한이 잇단 도발을 통해 겨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군사전문가들 분석으로는 긴장고조를 통해 북한은 궁극적으로 남한 경제가 위축 혹은 붕괴되거나 미군이 철수해 적화통일의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고 있다. 아무튼 북한이 우리 식대로 살겠다며 변화를 꺼리는 경직된 모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역설적인지는 모르나 그럴수록 남북대화와 소통 확대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남북 긴장과 갈등과 관련한 소모전에 드는 비용과 대가가 엄청나지 않은가. 남북대치 상황에 중국 등 주변강국들도 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 틈새를 일본이 파고들어 대북 비밀접촉을 통해 모종의 거래를 꾀하고 있다. 북한 정권 내에도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을 텐데 온건 대화론자들 입지가 좁아지지 않도록 지혜롭게 남북관계를 이끌어 가야 함은 물론이다. 남북관계는 지금 지난해 2월 북한3차핵실험 이전으로 회귀한 모습이다. 양측의 군사적 대결 분위기에 남북관계개선 목소리가 잦아들 만도 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7이런 때일수록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다행스럽다. ‘드레스덴정신의 실종을 경고한 것이다. 남북고위급 접촉 재개 등으로 대화의 새로운 모멘텀이 만들어져야 한다. 통일준비위의 드레스덴후속화 작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백년대계를 내다볼 수 있는 로드맵을 창출해야 한다. 갈 길 멀어도 겨울 추위 속에 피어난 매화꽃처럼 귀중한 드레스덴 선언이 길을 잃으면 안 된다. 이번에 드레스덴마저 미아(迷兒)가 되고 말면 그것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불행과 비극의 전주곡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이 장애물을 만나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 피해가는 로봇 고추잠자리를 지난달 개발했다. 무게 20그램인 로봇 잠자리는 생명체를 본 뜬 초소형 비행로봇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살아있는 곤충과 같은 생김새다. 잠자리처럼 두 겹의 날개를 움직인다. 마치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처럼 날개를 파닥이며 공중으로 올라간다. 자유자재로 비행하다 진행 방향에 사람이 서 있으면 바로 방향을 바꿔 충돌을 피한다. 잠자리의 눈처럼 2개의 카메라와 소형컴퓨터가 장착돼 있어 물체 감지 능력이 있다.

이는 우선적으로 살인과 강도, 성폭행, 폭력 등의 강력 범죄 예방과 수사 단서 포착을 위해 기존의 고정식 CCTV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빌딩 화재와 같은 재난 발생 때 초기 대응, 교통 모니터, 대기 환경 조사 등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전쟁 시에는 폭발물이나 생화학 무기 등 위험요소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군사용 정보 수집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수 있는 이 같은 비행 감시 로봇은 이미 미국 CIA에서 첩보용으로 개발한 지 오래. 각국 정보기관들은 정찰과 감청을 위해 새, 벌레 모양 등을 본 뜬 다양한 로봇을 갖고 있다. 이번에 뒤늦게 발견된 북한 무인기도 북한이 정찰용으로 상당 기간 개발에 공들여온 것일 터. 해외파이자 얼리어답터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각별한 애착을 가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라크전 등에서 무인비행기가 정찰용 폭격용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면서 세계 각국이 기술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우리 쪽의 허술한 대응이다. 복지예산의 3분의 1, 세계 10위권의 엄청난 국방비(318억 달러)를 지출하면서도 군당국은 예산 타령에만 급급하다. ‘서툰 목수 연장 탓한다는 속담부터 머릿속에 떠오른다. 중동전쟁에서 무인기는 저고도 레이더에 잡힌 적이 있다. 그러나 지상의 보초병에 육안으로 포착돼 격추되기도 했다. 이번에 무인기는 서부전선 동부전선 중부전선은 물론, 심지어 청와대 지붕 위에까지 날아와 다 훑었는데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군은 물론, 청와대 방공망까지 큰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군은 늑장대응과 은폐의혹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후속대응조치도 오락가락했다. ‘해상도가 낮아 구글 지도보다 못하다는 변명 등으로 파장을 축소하려고만 급급했다. 무인비행기가 자폭(自爆)기능을 탑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란 얘기인가. 차제에 당장 방공시스템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하겠지만 인책도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눈을 속이고 감추는 데 급급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합참 군정보당국 청와대 등 모든 관계자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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