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정부와 게임업계가 모바일 웹보드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최근 민간합동 정책협의회가 결성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재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사행화를 방지하고 등급분류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고 밝혔다.

웹보드게임이란 인터넷상에서 타인과 게임을 통해 승점에 따라 게임머니를 얻거나 잃거나 하는 게임을 말하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스톱, 포커, 섯다 등이 있다. PC웹보드게임은 지난 224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하여 고강도의 규제를 시행했다. PC웹보드게임 1회당 사용한도 3만 원, 하루에 10만 원 손실 시 24시간 접속제한, 원칙적으로 랜덤매칭, 분기별 1회 공인인증 등 규제수위가 높아 게임사와 게이머들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불법 환전을 통한 사행성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시행됐다.

PC웹보드 규제는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외산게임은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역차별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유저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물의 경우 해당업체와 협의해서 국내 유저를 차단할 예정이라고 하나 해외 게임사가 한국법을 이해하고 한국 유저를 차단하는 데 동참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또한 제도권에 있는 웹보드게임을 규제할 경우 음지에서 불법으로 하는 게임물이 더 성행하고 사행성도 더 심화될 우려도 많다.

웹보드게임 규제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불법 환전상이 대폭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웹보드 고유의 게임성을 크게 해치고 이용자수의 대폭감소와 이로 인한 게임업계의 매출액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의 매출액 축소는 대표적인 인력집약산업인 국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고 청소년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더더욱 모바일 웹보드게임은 사행화와 청소년의 노출을 우려해 PC웹보드게임과는 달리 법제화 없이 정부지침으로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하고 있다. PC온라인게임과의 계정연동 및 연동플레이 금지, 아바타 등 게임물품을 구매하면 게임머니를 일부 지급하는 간접충전도 금지하고 있으며 월 이용액 10만 원 이하, 아이템 가격 개당 1만 원 이하의 지침도 있다. 그러나 법제화 없이 정부지침만으로 규제를 더 강화해서 시행하고 있는 것은 현재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 중인 규제완화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다.

새로 출범한 민간합동정책협의회가 모바일 웹보드게임의 사행화, 청소년 노출문제를 최소화하면서도 PC와의 연동을 기본개념으로 하는 스마트폰이 다른 앱처럼 PC와 연동하고 기술발전의 혜택이 콘텐츠산업의 핵인 게임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PC웹보드게임에 대해서도 다시 재검토해서 규제로 인해 얻는 혜택과 그로 인해 잃는 국민적 손실을 비교해서 적절한 보완이 필요하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 하나 블랙잭, 포커 등 온라인게임을 합법화하는 추세다. 모바일 웹보드게임에 대해서는 더 강도 높은 규제를 해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웹보드게임을 우리나라처럼 강도 높게 규제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산업은 규제도 글로벌스탠다드에 따라야만 국내업체의 역차별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산업을 마약, 도박과 같은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육성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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