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군종교구장 자광스님 인터뷰

▲ 대한 불교 조계종 군종교구장 자광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군종교구장 자광스님의 불자 인생은 50여년 전 시작되었다.

6.25 전란을 겪으며 삶의 의미를 고민하던 사춘기 시절, 지나가던 남루한 염의 차림의 만행 중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길 권했다. 며칠 심사숙고 끝에 그가 일러준 대로 지리산 화엄사를 찾아가 출가했다.

군종교구장은 400여개의 육ㆍ해ㆍ공군 법당과 소속 130여명 군종 스님을 총괄 관리하는 직책이다. 은은한 차(茶)향이 감도는 집무실에는 많은 이들이 수시로 오가며 스님께 지혜를 구했다.

삶의 지혜를 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자광스님은 “멍텅구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자광스님과의 1문 1답.

-왜 멍텅구리가 되어야 합니까.
세상에서는 돈 많고 명예와 권력 있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지만, 난 그 반대로 살 것을 권합니다. 세속적인 모든 걸 참고, 안 하고, 추구하지 않으니 세상에서는 멍텅구리지요.

-불자의 삶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없으니 이렇게 살고 있지요. 저는 제 삶이 정말 재미있고 보람됩니다.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하루일과는 어떻게 시작합니까.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예불을 준비하고 4시부터 예불을 드리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불경을 읽습니다. 수십년간 읽어왔지만 불경의 심오한 맛에 늘 놀랍습니다. 매일 제가 깨달은 걸 전하고 싶고 전하는 게 즐겁습니다.

-현재 국내 종교 갈등의 원인은 뭐라 생각합니까.
사적인 욕심 때문이죠. 불교 인연의 법칙에서 보면 모두가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입니다. 그러니 싸울 이유가 없지요. 종단 내부나 외부나 종교 갈등은 모두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된 겁니다.

-한국 종교 흐름 가운데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부모나 조상을 모시는 우리 문화는 나를 찾는 실마리입니다. 일부에서 부모나 조상 모시는 것을 우상 섬기는 것으로 여기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부모나 조상 없이 내가 어떻게 있겠습니까. 어느 경서든 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종교인들이 더욱 효의 본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군대 내 신도들에게는 주로 무엇을 가르칩니까.
마음공부를 시킵니다. 애국심과 효심을 강조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가르칩니다.

-안양교도소 교정위원으로도 활동하시던데 수감자들이 많이 교화됩니까.
매월 수감자들을 만나 마음공부를 시킵니다. 대부분 수감자들이 설법을 들을 때는 그 말이 옳다고 인정합니다.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다짐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수감자들이 재범, 3범이 되어 돌아옵니다.

-수감자들이 환경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거나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는 아닐까요.
업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그보다 더 열악한 곳에서 살지만 세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나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환경이나 사회적 문제가 죄를 짓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습관과 생각이 범죄자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남을 탓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업보를 털어내는 방법이 있습니까.
참회가 생활화되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집 찢어진 창문으로 앞집을 쳐다보니 앞집 창문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면서 앞집 주인이 게으르다며 욕을 했답니다. 자기 집 창문 찢어진 건 생각도 안 하고요.

이렇듯 사람들은 남의 허물은 쉽게 보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허물은 외면합니다.

늘 내게 허물이 있음을 알고 나로 인해 아팠을 당사자 앞에서 진심으로 참회하면 업장은 저절로 녹아내리고, 맑고 향기로운 복전(福田)이 활짝 열리는 법입니다.

-상담도 많이 하신다는데 부부갈등은 경험이 없으셔서 어렵지 않으신가요.
부부문제로 온 경우 남편이 어떻다, 아내가 어떻다 하면서 불만 불평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 저는 항상 이렇게 답합니다. ‘너나 잘하세요’라고(웃음).

세상사는 거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안에서도 세상보다 더한 충돌이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내 탓으로 보고 나를 고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불교는 포교를 그다지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불자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고 사람 만드는 게 목적이라 그럴 겁니다. 다 우리 백성, 우리 민족인걸요. 듣고 좋으면 오는 거고 아니면 말고요.

-불교문화에서 한국 다도가 시작되었는데 다(茶)에 도(道)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가 있습니까.
차를 마시는 동안 마음을 닦으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를 돌아보고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을 고치라는 뜻이죠. 나를 닦는 것이 도이니 다를 마시는 도라 할 수 있죠.

-다도 문화가 많이 확산되었지만 아직도 제한된 느낌이 있는데 스님이 원하는 다도문화는 어떤 겁니까.
저는 대중적이고 편안한 다도 문화를 원합니다. 격식 차리고 무릎을 꿇고 엄격하게 예를 갖추는 다도 문화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필요하지만, 다가서기 편해야 다도 문화가 보급될 수 있을 거라 여깁니다. 오며 가며 누구나 차 한 잔 편안하게 마시면서 즐기는 생활 속 다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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