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1일 출시된 현대카드의 ‘챕터2’(왼쪽)와 지난 1일 우리카드가 분사 1주년을 맞아 출시한 ‘가나다카드’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현대카드가 우리카드에 대해 표절 의의를 제기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카드는 2일 공식 페이스북에 “우리카드의 참 쉬운(?) COPY&PASTE(복사하여 붙이기)를 확인하실 수 있다”며 두 장의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7월 1일 출시된 현대카드의 ‘챕터2’와 지난 1일 우리카드가 분사 1주년을 맞아 출시한 ‘가나다카드’다. 앞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개인일 뿐인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 전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많은 곡들과 대조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에 조차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가나다카드’는 강원 우리카드 사장이 취임 7개월 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상품 아이디어부터 출시까지 직접 기획하고 진두지휘했다.

현대카드는 우리카드에 불쾌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대카드는 “할인과 포인트로 심플하게 정리한 현대카드의 ‘투트랙 체계’를 우리카드에서 정확하게 이해해줬다”며 “누군가에게 카피의 대상이 되는 것 또한 우리의 미션이므로, 현대카드가 기준이 되고 그것을 모방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비꼬았다. 즉 가나다카드의 ‘포인트와 할인’ 투 트랙 전략이 현대카드의 챕터2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챕터2는 기존 22개 카드를 7개로 줄이고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을 위한 복잡한 조건을 없애 상품구조를 단순화한 게 특징이다.

현대카드의 표절 논란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삼성카드와도 상품 표절 논쟁을 벌였다. 2012년 3월 현대카드 측은 “최근 수년간 삼성카드가 현대카드의 상품은 물론 마케팅, 세일즈 등 전방위에 걸쳐 표절을 진행해왔다”며 삼성카드에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위법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되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가나다카드가 챕터2를 표절했다는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날 “현대카드의 챕터2(할인형, 포인트형)를 그들만의 독자적인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는 이미 비슷한 상품이 출시됐다는 것이다. 할인형으로는 신한러브, 클럽 SK카드 등, 포인트형으로는 삼성빅보너스, 신한 하이포인트, BC TOP포인트 등을 예로 들었다.

우리카드는 또 할인형과 포인트형으로 나눈 것은 우리카드 분사 직후 시행한 소비자조사 결과, 신용카드 선택 시 가장 중요시하는 혜택으로 조사된 ‘할인과 포인트’를 상품개발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고객의 주요 사용처와 업종영역 선택폭을 ‘주요업종·집중선택업종·전업종’으로 확대한 점이 현대카드의 투 트랙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도 현대카드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업계의 큰 흐름은 상품의 서비스를 고객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단순화하는 것”이라며 “어느 카드사, 어느 상품을 보더라도 적립형과 할인형으로 구분된다. 단순하게 이 부분만 갖고 표절을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카드업계에서는 상품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혜택별로 체계화시키는 작업이 트랜드다. 앞서 출시된 삼성카드의 숫자시리즈 현대카드의 알파벳시리즈, 지난해 선보인 KB국민카드의 ‘훈·민·정·음’카드가 대표적이다. 고객의 니즈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부 서비스가 겹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상품 개발에) 노력한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 업계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을 일으킨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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