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교인의 반대에도 이미 ‘종교인 과세’는 대세가 됐다. 그러나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의견은 분분하다. 기획재정부(기재부)의 개정안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사전지식이 부재하고 납세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종교인에겐 막연한 두려움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종교인 납세와 기재부의 개정안에 따른 납세절차를 비교하고, 그간 치열했던 찬반 논란을 정리해 본다. 또 전문가를 통해 현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득과 실을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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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세부항목 미확정… 종교인, 지금 납세하고 싶다면?
기재부‘ 종교인 소득’ 신설‘ 자진납세’ 제안… 반발 예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인 납세와 관련해 정부-종교계, 종교계 내부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은 채 의견이 분분하다. 기획재정부의 수정안대로 2015년 시행한다 해도 무리수가 따른다. 기존에 납세를 하고 있었던 종교계는 절차와 방식을 몽땅 바꿔야 하고, 납세를 반대하는 측에는 설득 과정도 필요하다. 종교인 납세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대형 규모 이미 ‘원천징수’ 선택

현 상황에서 종교인이 납세를 원한다면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이미 납세를 하고 있는 천주교나 일부 개신교 교회들처럼 소득항목을 근로소득으로 적용해 원천징수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종교 법인이 종교인들에게 사례금을 지급하기 전에 미리 세액을 제해 국세청에 납부하고 나머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납세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종교인들이 수고해야 할 절차는 거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전국 교구 차원에서 모든 사제들에게 근로소득과세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으로 등록된 각 교구에서 사제들에게 급여성격의 ‘성무활동비’를 지급하기 전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세하고 있다. 일선에서 사제들은 납세 문제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교회와 지구촌교회, 새문안교회, 연동교회, 높은뜻연합선교회 등 개신교 상당수의 교회도 이미 목회자 사례비 지급 단계에서 원천징수 형태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주로 중대형 규모 교회에서 적용하고 있다.

◆납세자 자발성 존중한 ‘자진납세’

두 번째는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절차에 따르는 방식이다. 자진납세 방식이다. 사례금을 받는 종교인이 직접 관할 세무서를 찾아가거나 국세청 홈텍스를 이용해 소득신고를 한 후 과세된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종합소득 신고 기간은 매년 5월 1~31일까지이다.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경우 실질소득을 입증할 수 있는 장부(간편, 복식)가 필요하다. 처음으로 소득신고를 하는 경우 장부가 없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에서 사례금을 받는 종교인의 소득은 굳이 장부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세잎회계사무소 안현수 세무사는 “종교인 소득신고를 근로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면, 5월 종합소득 신고 때에 기타소득으로 함께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며 “장부 없이 종교인이 신고하는 대로 소득이 확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납세자의 자발적인 납세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종교인들이 이를 악용해 소득신고를 정직하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종교계에서는 이에 따라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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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안 내놓았지만 ‘숙제 투성이’

기재부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법안이 무산된 후 종교계의 요구에 맞춰 수정안을 제시했다. 근로소득 적용 거부를 수용해 기타소득 항목에 ‘종교인소득’ 항목을 세부항목으로 신설했다.

원천징수제를 폐지하고 개인이 직접 1년에 한 번 신고하는 자진납세 방식을 제안했다. 종교인 소득은 ‘개인의 생활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는 금품’으로 한정했다. 또 세율 적용방식도 변경안을 제시했으며, ‘정확한 소득파악’이라는 전제 하에 근로장려금(EITC) 적용 방안도 내놓았다. 기재부가 납세를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계의 반발 사유를 받아들여 수정한 것.

그러나 반대 측은 여전히 납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재부 수정안이 통과된다면 그동안 납세해왔던 종교계의 납세방식을 바꿔야 하므로 사회적 비용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에 4대 보험 혜택을 받았던 천주교와 개신교 일부교회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에 개정안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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