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24일 오후 7시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에서 사제, 신도,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정원 국정개입을 규탄하는 미사를 열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주교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서 사목 방안 승인
교황 방한 위한 기도문 승인… 시복식 장소 미정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 미사가 대통령 퇴진 주장과 막말 논란 등으로 문제가 된 가운데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주교)가 “주님의 미사가 비전과 희망을 담아야지 사회현실을 비판하고 불평, 탄식, 비난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사목지침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지난 24~28일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공동 사목 방안’을 승인했다.

주교회의는 27일 미사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고 “사회 현안과 관련한 미사에서도 현실을 비판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비전과 희망으로 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시국 미사와 관련 여러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24일에도 전주에서 열린 시국 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변 보고서 밑도 안 닦는 사람” 등의 막말을 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 미사와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28일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어쩌다가 한국 천주교가 이 지경이 되었나’라는 주제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퇴진의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의 세습 독재를 따라가는 정의구현사제단”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최근 정의구현사제단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비호하고 대선에 불복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퇴진의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세계 최악의 세습 독재를 벌이고 있는 북한을 따라가는 정의구현사제단”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를 방관한 강우일 주교는 즉각 주교회의 의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 미사와 막말을 해 온 신부들은 회개하거나 교회를 떠나야 한다”며 “교황님께서 자기중심적 세속주의를 경고하신 그 뜻을 깊이 헤아려 한국천주교와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도 미사에 관해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하고 상황을 극복하기를 원하시는지 그 빛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강론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차원을 강조해야 하며, 사제는 신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적하기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 데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신자들에게 야단치거나 화내기보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에 와 닿는 강론, 복음 중심의 강론을 해야 한다. 사제는 개인 의견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대사 “방한, 한국 사랑의 징표”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교황 방한에 감사하고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방문과 시복식을 위한 기도문’도 승인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식 장소 결정은 서울대교구에 위임했다.

시복식 장소는 광화문광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호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여의도 한강둔치 등으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교회를 각별히 사랑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파딜랴 대사는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본회의 연설에서 “교황께서는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라는 새로운 사명을 주실 것”이라며 “교황께서 아시아의 젊은이들과 함께하고자 아시아 대륙의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교황대사는 “한국은 아시아 젊은이들에게 복음화 메시지를 전하는 관문이 될 것이며,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는 신앙과 선교의 표징이 될 것”이라고 축복했다.

그는 “‘아시아의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는 아시아 청년대회의 주제는 한국 순교자들을 언급한 것”이라며 “124위 순교자들의 시복은 아시아 젊은이들과 영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오는 8월 14~18일로 예정돼 있다. 1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15일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후, 16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의 시복식을 주재하고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한다. 17일 아시아청년대회 폐막에 참석,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집전한 후 출국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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