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천지일보(뉴스천지)

“충격요법 필요” 핵 개발·美 전술핵 도입 주장
천안함 ‘좌초설’에 “국론분열… 한목소리 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핵 불용을 이야기한 지가 몇 년이다. 뭔가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말로만 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부근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과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아무리 중국의 압박이라고 해도 핵을 고분고분하게 포기할 북한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상훈 전 장관은 우리나라의 핵보유를 통한 남북 상호 핵 감축·폐기를 주장했다. 우리가 핵을 개발하든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도입해 남북이 함께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핵 개발 단계면 모르지만, 북한은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며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27대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전면전은 일어나기 힘들다”면서 “북한이 상황 전환을 위한 돌파구로서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대해선 “군사주권과 자존심 문제가 아닌 생사 문제로 봐야 한다”며 환수를 반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안함 폭침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도 잘못한 거 많다. 우리 천안함이 한 군데서 너무 오래 머물렀다. 자꾸 이동했어야 했다. 북한 잠수정이 기지에서 없어지면 공격징후로 봐야 한다. 북한 잠수정 2척이 없어진 것을 군이 발견했으나 추적에 실패했다. 북한 잠수정에 대한 한미 간 정보 교류가 중요하다. 한국인이 가져야 할 교훈도 있다. 천안함 피격 당시 여러 나라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했는데, (일부에서) 믿지 못하고 ‘좌초한 것’이라고 했다. 국론분열이다. 북한이 아니고는 천안함을 폭침할 자가 어디 있나. 우리가 일치단결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안보 분야에 대한 평가.

대통령의 안보관이 뚜렷하다. 개성공단 문제나 북한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방비 문제다. 국가 예산이 350조 원 정도 되는데, 국방예산은 10분의 1 정도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너무 적다. 예전엔 6~7% 정도 올랐었는데, 이번엔 3.5%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1.5%밖에 안 된다. 말로는 국방이 중요하다면서 국방비는 올려주지 않고 있다. 복지예산이 국방예산의 3배 이상이다. 전체예산에 비해 국방예산의 비율이 너무 적다. 분단국가 현실에 상응하는 국방예산으로 올려줘야 한다.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무력시위에 담긴 의도는.

현재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이 진행 중이고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도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 것 같다. 미사일을 계속 쏘면서 여러 가지 실험도 할 것이다. 북한이 핵탄두를 유도탄에 장착하려면 경량화가 필요하다. 유도탄 실험과 핵 실험을 통해 탄두를 500kg 이하로 소형화해야 한다. 그러면 가공할 위험이 된다. 탄두가 목표지점에 제대로 가는지 시험하는 것도 미사일 발사 목적일 것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형태는.

전쟁 발발 시 북한은 속전속결로 부산까지 점령하려 하겠지만, 실제 전쟁이 나면 그렇게 빨리 되지는 않는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경제적 여건을 보면 장기전은 어렵다. 연료, 탄약, 식량, 수리부속, 군수지원시스템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전면전은 일어나기 힘들다. 북한이 상황 전환을 위한 돌파구로서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은 있다. 김정은이 최근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로켓을 쏘고 있는데, 탄약 보충 책임자는 죽을 지경일 것이다. 돈을 주고 외부로부터 보충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 정상이 북핵 불용과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는데.

북핵 불용을 이야기한 지가 몇 년이다. 뭔가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말로만 하고 있다. 수백억 불이 들어간 핵무기를 북한이 없애겠나. 우리도 핵을 보유한 다음 (북한과) 핵을 같이 없애야 한다. 빌딩을 다 지은 다음 구청이 일조권을 이유로 허물라고 하면 허물겠는가. 핵 개발 단계면 모르지만, 북한은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우리가 핵을 개발하든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함께 반출됐던) 미국 전술핵무기를 다시 가져와야 한다. 남북이 같이 핵을 감축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에 대한 견해는.

전작권 전환 문제는 군사주권과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생사 문제로 봐야 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위협적이고, 우리의 정보능력은 떨어진다. 한미연합사가 있었기에 전쟁이 억제돼왔다. 중국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북한 편을 든다. 미국이 우방인 한국과 국경선을 맞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나라가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 맞댄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 미국과 손잡고 있어야 한다.

-안보 분야의 해결 과제는.

안보를 강화하려면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 전력 증강에 필요한 예산을 늘리고, 정보능력을 높여야 한다. 핵문제와 비대칭전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 안보의식도 강화해야 한다. 내부의 적과 간접 침략이 더 무섭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약화시키면 안 된다. 대공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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