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산만한’ 아이들이 있다. 어릴 적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야 그럴 수 있지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경우에는 이 ‘산만함’이 문제가 되곤 한다.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까지 산만한 행동을 많이 보인다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진단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대개 기질적으로 까다롭게 태어나는 아이가 산만한 아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움직이고, 잘 울고, 환경 변화에 많이 저항하고, 잘 먹지 않고, 쉽게 자극 받는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우선 신체적으로 피로하지 않게끔 충분한 영양과 수면을 제공해 줘야 한다. 신체적 불편과 피로감에 의해서도 쉽게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적 활동을 조직화시켜서 산만함을 덜어 주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리 정리하고, 씻고, 밥 먹고, 자신의 그릇을 자신이 정리하게끔 하는 등 생활 규칙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환경적인 원인도 중요하다. 집안이 너무 어지럽혀져 있거나 자주 이사를 간다거나 엄마, 아빠가 너무 소란스러우면 아이도 그럴 수 있다. 따라서 집안이 화목해지도록 노력하고, 집안을 잘 정리정돈 시키고, 장난감 숫자도 너무 많지 않게끔 조절하고, 집에서 차분한 톤의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는 등의 활동이 아이의 산만함을 줄여 줄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산만해질 수 있는 환경, 가령 사람들이 많은 레스토랑이나 극장 등은 가급적 피한다. 불필요하게 아이가 산만해지는 환경에 노출시켜서 아이의 산만함이 증가되는 것을 막는다. 또한 학교에서는 차분한 친구의 옆자리에 앉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게다가 선생님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으면 좋다. 그리고 글씨를 또박또박 쓰는 연습을 시킨다. 급하고 아무렇게나 글씨를 쓰면 올바른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과잉행동을 보이는 ADHD 어린이들의 증상이 좋아지면, 대개 글씨체부터 좋아진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운동 종목을 하나 선택해서 마음껏 놀면서 몸을 움직이게 하자. 운동으로 체력이 좋아지면 ADHD의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는 주의력이 결핍된 8~11세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무술을 배운 아이들과 두 번 유산소운동을 한 아이들,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산소운동을 한 아이들이 운동을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행동이 안정됐고 학업성적도 많이 향상됐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무술을 배운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어떤 부모님은 아이가 더 산만해질까봐 태권도나 축구와 같은 운동을 시키지 않는데,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무술이나 체육 활동이 오히려 아이들의 산만함이나 과잉행동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 대신에 집안이나 교실 등의 실내에서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제한하고, 차분하게 말하고 행동할 것을 가르쳐 주자. 아이로 하여금 실내와 실외를 확실하게 구별하게끔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아이의 행동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도록 한다. 단순히 산만한 것이 아니라 ADHD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DHD는 발달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여러 가지 후유증 및 이차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기에 집중력장애, 충동성, 감정 기복 등에 따르는 학습능력 저하 때문에 학교생활의 태만이나 거부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자극적인 컴퓨터 게임이나 오락에 지나친 탐닉을 보이며, 각종 사고의 위험(예: 오토바이 사고)도 정상 청소년에 비해 높다. 심한 경우 절도, 폭행 같은 청소년 비행으로 연결된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직장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등의 사회 부적응 문제를 갖기 쉽다. 따라서 산만함이 의심되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은 부모의 책임 회피 또는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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