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가 평양교구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원불교 100년,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계 남북교류 활동 진단‧대안… “범종교적 네트워크 필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세’ 바람에 원불교계가 합류했다. ‘북한 퍼주기’라고 비판을 받은 종교계의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성찰과 남북통일을 위한 종교계의 역할 고심 등 ‘통일’ 연구가 한창이다.

원불교가 평양교구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원불교 서울회관에서 ‘원불교 100년,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을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원불교를 비롯한 종교계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통일’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담론이 이어졌다.

특히 종교계가 그동안 진행해왔던 남북교류에 대한 성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등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각 종단이 선교나 포교 등을 목적으로 북한에 개별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했다면, 이제는 범종단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초점을 ‘한반도의 평화‧경제‧민족공동체’에 맞춰야 한다며 범종단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민간 기구와의 밀접한 교류도 강조됐다.

원불교 평화통일포럼 윤법달 수석연구원은 “남북종교교류는 다른 분야에 앞서 이미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직‧간접적인 접촉을 모색해 오던 종교계의 역할이 빛을 발하면서 민간차원의 교류를 뒷받침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종교계가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미흡한 점도 많았다.

그는 그동안 남북교류가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사업 차원으로 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자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계의 남북교류가 순수한 종교적인 만남‧교류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과 남북한의 체제 차이를 염두에 두지 못한 채 교류를 시도해 지속적인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남북 종교계 ‘교류’ 놓고 ‘동상이몽’

북한은 통일을 내세운 대남 전략적 효과를 기대한 만남을 꿈꿨다면 우리 측은 북한 선교나 포교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포석에 집중해 서로 ‘동상이몽’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교계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체제 유지를 위한 단체인 북한 종교단체들에 이용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따라 그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점진적인 과정으로 ▲북한의 종교정책 변화 ▲남북한 종교교류의 성찰 ▲남북 화해를 위한 종교계의 역할을 남북한 종교교류, 인도적 대북지원, 학술교류 등의 차원으로 진행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윤 연구원은 “통일준비에 있어 기존의 종단 중심 형태로부터 한국 종교계 전체를 포괄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종교계의 효과적인 남북교류를 위해 북측 종교계가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우리 종교계가 개별 종단 차원이 아닌 범종단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통일 이후를 대비해 평화교육에 대한 제안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교’ 너무 내세우면 오히려 역풍”

토론 패널로 참석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사무국장도 선교와 포교를 앞세운 대북 인도지원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종교가 갖고 있는 사랑‧박애‧자비의 가치는 화해와 협력의 확대를 실현하는 큰 동기가 된다”면서도 “선교나 포교의 목적을 너무 내세운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선교나 포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종교가 가진 본연의 정신이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 다양성 존중, 복지 확대, 국제사회에 대한 이익 증진이라는 가치를 구체적으로 구현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교화훈련부 차장 조경철 교무는 종교계가 남북통일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방향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그는 종교 협의체를 구성함에 있어 남북종교 교류는 종단별 특징을 유지하되 상호 종교교류에 대한 협력과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 다음은 종교학‧민족학 관련 학자들 간의 전문적인 공동연구 및 학술교류를 통한 한민족 공동체 문화에 대한 연구이다. 아울러 평화 통일 이후를 대비한 공동의 평화교육 과정이 필요함도 시사했다.

그는 민간 차원의 자유로운 교류와 활동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제 종교연합기구와 국제민간기구(NGOs)와의 구체적인 협력관계를 요구했다.

이번 세미나는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의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가 ‘한반도 미래와 평화협력을 위한 바람직한 통일 논의 방향’을, 원불교 평화통일포럼 윤법달 수석연구원이 ‘원불교 100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했다. 토론 패널로는 민주당 통일전문위원 김종수 박사, 민화협 통일교육위원회 이영동 위원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홍상영 사무국장, 원불교 교화훈련부 조경철 교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찬수 교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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