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형 집행기를 그린 영화 ‘집행자’ 출연배우들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윤계상, 박인환, 차수연, 조재현. ⓒ천지일보(뉴스천지)

사형 집행기를 그린 영화 ‘집행자(감독 최진호/제작 활동사진)’ 제작보고회가 6일 오전 서울 아트선재센터 지하1층에서 열렸다. 이날 최진호 감독과 배우 조재현, 윤계상, 박인환, 차수연이 참석했다.

기자 간담회 시작 전 짧은 영상으로 공개된 영화 ‘집행자’는 다소 무거운 느낌의 작품이었으나 감독은 이번 영화를 무겁게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 최진호 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최진호 감독은 “주위에서 ‘이렇게 힘든 시기에 감동적인 영화를 봐야지’라는 반응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왜 이 영화를 하게 됐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며 “그러나 이 영화가 사형제도에 관한 영화이기 전에 사람에 대한 영화다. 전혀 무겁지 않고 단순히 교도관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교도관에 대해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이 그렇게 무겁다고 하지 않았다”며 무겁지 않은 영화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사형수들을 동정하려고 만든 영화도 아니다. 보이려고 했던 부분이 사형수 쪽이든 집행자 쪽이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윤계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계상 씨에게는 꿈과 희망을 비롯해 사회의 두려움도 함께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담겨있다. 그것을 잘 표현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에 오는 동안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영화 ‘발레교습소’를 통해 첫 스크린에 도전한 윤계상은 김하늘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영화 ‘6년째 열애중’을 통해 배우로 이름을 알렸고 최근 드라마 ‘트리플’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연기자로서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날 윤계상은 이번 영화의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형집행을 하면서 점점 변해가고 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감정이 변화해가는 ‘재경’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나도 재경과 같이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으니 상황은 비슷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겪으면서 마음에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면서 내 안에서 나오는 진실함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 직업을 선택해도 되겠다는 심정으로 연기를 했다”며 “드라마도 많이 하지만 잘 안 되서 그렇지 노력은 많이 하고 있다. 지금은 배운다는 생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배우로서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최근 흉악한 범죄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 집행자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 조재현. ⓒ천지일보(뉴스천지)

실제 사형집행에 대해 배우들에게 묻자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재현은 “사형집행 폐지를 반대할 마음은 없지만 요즘 강호순, 나영이 사건을 접하면서 나 또는 내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런 흉악범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이 교도관 역할을 하면서 실제 교도관 분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사형수들이 남은 기간 동안 반성을 하지 않고 너무나 편하게 지낸다는 것에 화가 났다”며 “이런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는 그들에 대해 그대로 놔두는 것이 과연 훌륭한 일인지, 사형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살게 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다”고 사형집행 폐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에 대해 유일하게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김교위 역을 맡은 박인환은 “작품에서는 사형을 반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형에 공감하는 부분은 있다. 인권도 좋지만 뭔가 본보기로라도 사형을 해야 흉악범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쁜 사람은 우리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사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거들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교도관들이 사형집행을 해야 하는 갈등과 어려움을 보여 주는 것 외에도 극중 오재경(윤계상 분)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친구 역을 맡은 차수연을 통해 아이를 지울 것인가에 대한 또 다른 각도에서의 사형 상황을 연출해 내기도 했다.

차수연은 “아이를 두고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형태의 사형을 해야 하는 이런 캐릭터가 참 매력있게 느껴졌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하고 싶어서 바로 오디션을 보고 촬영하게 됐다”며 “지금은 어떤 연기든 배우면서 하고 있다. 나에게 맞는 역할이 있다면 무조건 해볼 생각”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행자 전에 요가학원에서는 여배우분들과 촬영했다가 이렇게 남자배우분들과 촬영한 건 처음”이라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대 선배님들의 기가 느껴져 주눅이 든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감독은 이번 영화 ‘집행자’를 두고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 중 재미와 눈물·아픔, 넘어야 하는 어떤 계기들, 여유로움 등을 담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 윤계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윤계상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드라마적인 마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잘 표현한 것이 ‘우리 영화’다. 우리나라의 모든 영화, 소외돼 있는 저예산 영화까지도 다 잘될 수 있는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밝혔다.

최 감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는 부분이 많다. 이것은 연기자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고 나갈 때 뭔가 하나는 가져 갈 수 있는 그런 영화였으면 한다. 또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영화 집행자는 7만 원의 수당을 받고 생애 처음 사람을 죽이게 된 교도관의 첫 사형 집행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강호순 사건’이나 ‘나영이 사건’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폐지됐던 사형 집행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사형 집행기를 담은 영화 ‘집행자’가 사회로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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