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왼쪽)과 기업별 반도체 시장점유율 순위. (자료제공: IHS) ⓒ천지일보(뉴스천지)

日 누르고 사상 첫 2위… 시스템 분야 여전히 취약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이래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비메모리 분야의 불균형 해소 등 반도체 1등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해결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日 하락에 韓 상승효과 커져

24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미국 IHS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업체들의 총 반도체 판매액이 515억 1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점유율 16.2%로 일본을 앞질렀다. 한국이 1.5% 성장하며 2위로 올라서는 동안 일본은 전년보다 점유율이 3.8% 하락하면서 13.7%(판매액 434억 3200만 달러)까지 줄었다.

2012년 대비 미국은 성장하고 일본은 추락하는 가운데 기술개발과 경쟁력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이 약진하며 자리를 지킨 게 국가 점유율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큰 지각변동을 겪었다. 1위(인텔), 2위(삼성전자)는 그대로였지만 전년 3위를 기록한 일본 업체 도시바는 5위권 밖까지 밀려나 7위를 기록했다. 12위를 기록했던 소니 역시 15위까지 추락했다. 반면 7위였던 SK하이닉스는 큰 폭으로 생산액이 증가하면서 5위로 올라섰다. 1년 사이 일본 기업은 5위권 내에서 사라졌고 한국 기업은 1개에서 2개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PC생산 급감과 스마트폰 시장포화로 역풍을 맞은 가운데 국내 업체가 D램 등 메모리 부문에서 생산액을 크게 높인 영향이다.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6% 성장해 216억 7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하이닉스는 무려 43% 증가하며 125억 28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게임 이후 플레이어가 대폭 줄어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살아남은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분야를 주도한 것이 국가별 순위 상승을 견인했다”며 “더불어 시스템 분야에서 삼성의 선전도 성장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분야 정복이 관건

▲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및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추이. (자료제공: IHS) ⓒ천지일보(뉴스천지)

문제는 반도체 시장의 78%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도 함께 경쟁 중이지만 80위(0.12%) 수준이기 때문에 사실상 글로벌 기업과 겨루는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셈이다.

그만큼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가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국가 점유율도 삼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스템 분야에서 주력하는 모바일 AP의 실적 부진으로 시스템 분야 3위에서 4위로 밀려나자, 국가별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가 14단계 상승하며 80위로 뛰어올랐지만 삼성 점유율 하락의 완충재 역할은 할 수 없었던 것.

이에 대해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대기업이 모바일 등 수요가 많은 품목을 담당한다면 중소기업은 소량생산이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군수용품, 산업용 기기 등의 품목을 공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적인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가 정상에 서기 위해선 시스템 분야의 정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R&D에 지난해 대비 4% 증가한 총 203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및 학계에 투자비의 34%에 달하는 682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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