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정죄는 자가당착, 적반하장, 통합걸림돌…”
교회 내부에서 들려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최근 한국개신교회의 관심은 분열이 가속화되는 한국교회의 통합과 일치를 위한 방법 논의에 집중되고 있다.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보수와 진보, 신학적 입장, 이단문제 등으로 이미 셋으로 갈라져 있는데다 올해 초 제4의 연합기구 창설 언급까지 나왔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논의가 주춤해진 상태다. 이렇듯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 대신 갈등과 분열을 반복하자 이를 비판하고 교회의 통합과 서로 간의 이해를 강조하는 세미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들은 ‘이단정죄’가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주최한 ‘한국교회 대통합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은 한국교회 일치와 협동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이단 규정’을 꼽았다. 이들은 “한국교회 성도 수가 줄고 있는 이유는 정죄를 일삼는 자칭 ‘이단감별사’의 횡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2일에는 한국교회사학회(회장 이정숙 교수)와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 윤종훈 교수)가 서울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김상복 목사)에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단정죄’의 문제점과 폐해를 짚었다.

이 자리에서 최덕성(브니엘신학교 총장) 박사는 “이단정죄는 교회개혁가들을 이단으로 몰아 정죄하고 처형하는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의 역사를 되풀이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최 박사는 중세교회의 이단정죄에 대해 설명하며 “무지, 오해, 적대감, 기존체제 보호, 괘씸죄 등이 가세해 무죄한 이들과 성경적 진리를 고백하는 이들까지 이단이라 정죄하고 죽이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당대 최대의 살인집단은 바로 교회”라고 잘라 말했다.

최 박사는 “중세교회의 잔혹성과 마성(魔性)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고, 기독교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으로 순전한 기독교인들까지 박해했다”며 “그러함에도 교회는 부패와 부조리를 개혁하거나 구조적 모순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당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서로를 이단으로 정죄하다가 분열된 모습에 그는 ‘자가당착’이라고 표현했다. 또 교황보다 성경의 권위를 우선했다며 이단으로 정죄하는 ‘적반하장’의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이단자로 몰린 사람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진리와 경건한 삶에 극도로 목말라 있었기 때문에 기존 교회의 제도와 교리에 저항했다”고 분석하고 “중세교회의 이단정죄 역사는 ‘교회가 이단이라 단죄했다’ 하여 반드시 이단은 아님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힘의 논리, 다수 판단, 정치 폭력, 침소봉대, 기득권 보호 목적 등 성경을 표준삼지 않고 성경적 진리에 근거하지 않은 이단정죄는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발표는 이단 문제로 의견이 엇갈리고, 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배본철(성결대 역사신학) 교수는 “각 교단 교리나 신학의 입장에서만 이단 여부를 다루는 방법은 당연히 교파 간에 균열과 이견을 일으켜 합치된 결론을 얻는 데 도움이 못 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교회의 정통과 이단’에 대해 주제발제한 탁지일(부산 장신대) 교수는 “이단 옹호나 방조는 더 큰 문제”라며 오히려 현재보다 이단경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1930년대 일본인이 조선총독부의 통치를 위해 한국 신흥종교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면서, 탁 교수의 부친으로 ‘현대종교’를 창간한 이단연구가 故 탁명환 소장도 이 자료를 보고 이단사이비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즉, 일제시대 조선 식민지 통치를 위해 만든 자료로 이단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흥미롭게도 신흥이단들의 교주나 후계자가 모두 여자”라며 “페미니즘 차원에서 연구해 볼 만하다”는 다소 엉뚱한 발언을 이어갔다.

탁 교수는 최덕성 교수가 한기총 이단해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거나 공신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단 규정은 각 교파의 이단연구를 우선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기독교연합기관이 이단 세탁소가 되고, 이단과 야합하면 안 된다”면서 한기총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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