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대전현충원 김기훈 실무관

 
만물이 생명을 틔우는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마냥 들뜬 기분으로 봄을 맞이하기엔 무언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3월 26일이 누군가에게는 365일 중 하루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인 의미에서는 경건해야 할 날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날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104년이 되는 날이며, 그로부터 100년 후 우리의 짙푸른 서해바다를 지키기 위해 천안함 용사가 전사한 지 4년이 되는 의미있는 날이다.

최근 한 신문기사를 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우연히 촬영된 동영상이 사건 직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엄청난 가격에 팔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저격 순간과 안중근 의사의 체포 장면, 그리고 열차 안에서 죽어가는 이토 히로부미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고 한다.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 침략의 원흉의 심장을 겨누었던 안중근 의사의 결연한 모습을 떠올려 보기 바란다.

10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모든 것을 과거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수레바퀴와 같아서 망각하는 자에게는 똑같은 아픔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 의사의 저격 동영상은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비극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저마다의 가슴 속에 나라의 소중함을 심어줄 수 있는 귀중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에 승선한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산화한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용사들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후에는 묘역에 잔디가 자라지 못할 정도로 전국에서 많은 국민들이 찾아와 추모의 물결이 넘쳤었다. 하지만 몇 해가 지난 지금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 묘역에는 그간의 세월이 무색하리 만큼 추모객이 뜸해 천안함 용사 4주기가 다가오는 요즘 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4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이지만, 아직도 비석 앞에서 떠나간 자식을 잊지 못하고 눈물짓는 모습을 볼 때면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젊은 생을 마감하고 이 곳에 잠든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쳤는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답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려 할 때 천안함의 선체 일부를 녹여서 만든 고 임재엽 중사의 흉상이 3월 12일 모교에 세워졌다. 임재엽 중사의 모친은 아들의 흉상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동안 잘 있었니? 이렇게라도 보니 참 좋다.”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마치 어제 아들을 떠나보낸 것처럼 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졌고 하늘도 이내 굵은 빗방울을 터트렸다.

어머니는 자식을 떠나보낸 후 오랜 동안 아들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손목시계를 자신의 손목에 차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이 찾아와 아들의 얼굴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비석을 어루만지며 닦고 또 닦았다. 그리고 함께 잠들어 있는 천안함 용사들의 비석을 또 다른 아들인양 매일 빛나게 닦아 주었다. 아들의 생일날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이제 3월 26일은 천안함 용사의 가족에게도 우리 국민 모두에게도 뼈아픈 날이 되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남긴 발자취를 무심코 지나치는 날이 아니라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애국혼을 불태운 호국영령들을 기억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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