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이색의 <목은집>에 두부를 예찬한 시 귀가 있다.

우리의 문헌에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고려말 성리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의 저술 <목은집(牧隱集)>에서 꽤 여러 편이나 두부와 관련된 시를 남겨두고 있다.

길창부원군(吉昌府院君)과 곡성(曲城) 시중(侍中)이 나를 찾아와서, 내가 부름을 받고 한자리에 참여하였다. 인하여 좋은 일을 기록하다. 두 노인은 수시로 들러주는데 / 二老過從數 나는 병석에서 이제 겨우 일어났네 / 孤生病起모시길 용납해 줌은 다행이거니와 / 幸容陪杖屨서로 이웃이 된 게 또한 기쁘네 / 更喜接門閭두부 반찬에 토란을 곁들이었고 / 豆腐蹲鴟雜좋은 쌀은 개구리 울던 나머지로다 / 香粳吠蛤餘말린 양고기에 좋은 술 따를 제 / 乾羊斟美酒가을 경치는 뜨락에 가득하구나 / 秋色滿庭除(목은시고 제 9권 중)

새벽에 시 한 수를 읊다기름에 두부 튀겨 잘게 썰어서 국을 끓이고 / 豆腐油煎切作羹여기에 다시 총백(파뿌리)를 넣어서 향미를 도와라 / 更將蔥白助芳馨난질난질 멥쌀밥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 爛炊粳米流脂滑깨끗이 닦은 그릇들은 눈에 환히 빛나누나 / 淨洗盤盂照眼明날마다 만 전을 먹는 건 물욕에 빠진 것이요 / 日食萬錢酣物欲조반에 한 가지 맛으로도 심령을 기른다오 / 晨飡一味養心靈다행히 문자는 뱃속에 가득 담겨 있거니 / 幸敎文字撑腸在배부르고 나서 태평 기리길 왜 꺼릴쏜가 / 旣飽何嫌誦太平(목은시고 제 27권)

대사(大舍)가 두부를 구해와서 먹여주기에오랫동안 맛없는 채소국만 먹다 보니 / 菜羹無味久두부가 마치도 금방 썰어낸 비계 같군 / 豆腐截肪新성긴 이로 먹기에는 두부가 그저 그만 / 便見宜疏齒늙은 몸을 참으로 보양할 수 있겠도다 / 眞堪養老身오월越의 객은 농어와 순채를 생각하고 / 魚蓴思越客오랑캐 사람들의 머리 속엔 양젖 치즈인데 / 羊酪想胡人이 땅에선 이것을 귀하게 여기나니 / 我土斯爲美황천이 생민을 잘 기른다 하리로다 / 皇天善育民(목은시고 제 33권)관악산 신방사(新房寺)의 주지(住持)는 무급(無及)의 도반(道伴)이다. 그가 삭방(朔方)에서 돌아와 이 절간에 머물면서 노숙(老宿) 아무 아무와 함께 먹을 것을 가지고 나를 찾아와 먹여 주었다신도가 스님을 먹이는 것이 원래 정상인데 / 檀越齋僧是故常산승이 속인을 먹이다니 놀라서 넘어질 만 / 山僧饗俗可驚惶흰 눈처럼 쌓인 만두 푹 쪄낸 그 빛깔 하며 / 饅頭雪積蒸添色기름이 엉긴 두부 지져서 익힌 그 향기라니 / 豆腐脂凝煮更香다생의 인연이 많으리니 이 어찌 우연이리오 / 緣厚多生非偶値한 그릇 밥의 은혜 어떻게 갚을 수 있을는지 / 恩深一飯恐難當나의 이 말 새겨서 천고토록 전하고 싶어라 / 欲書此語傳千古만 길도 넘게 하늘에 치솟은 저 석벽 위에다가 / 石壁天齊萬仞强(목은시고 제 3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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