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궁금하다. 마치 본선같은 예선이 치러질 것 같은 기대도 있거니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대비되는 독특한 대결구도도 자못 궁금하다. 당내 비박과 친박이라는 양대 세력의 충돌, 7선의 정치인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법조인의 대결, 게다가 출신지역도 영남과 호남으로 역시 각을 이루고 있다. 또 있다. 새정치연합의 박원순 시장과 본선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어떤 점이 본선 경쟁력을 좌우할 것인지 등도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다. 이혜훈 최고위원이 완주할 것인지, 아니면 누굴 지지할 것인지도 덧붙이면 재미는 배가 된다. 이래저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지난 16일,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가졌던 김황식 전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은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정치인으로서는 첫 데뷔 무대요, 게다가 한참 앞서가고 있는 정몽준 의원에 대한 도전장이었기에 그의 첫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터였다. 그러나 짧은 그의 출마선언은 이렇다 할 알맹이가 없었다. 자신이 쌓아왔던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며 서울시장 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공감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며 서울시민들에 대한 무한 봉사의 책무를 갖고 있는 것이지, 시대적 소명 운운 하는 것은 자신을 높여도 너무 높였다. 출세지향적 관료의 냄새가 너무 짙다.

그런데 더 귀에 거슬리는 대목은 서울특별시에 대한 문제의식이 너무도 낯설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서울에 대한 비난 수위가 정도를 넘어섰다. 그는 심각한 자살률, 교통사고 사망자 수, 고통지수 등을 말하면서 서울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송파 세 모녀’ 얘기까지 했다. 과연 2014년 3월 오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선거용 공세라고 하더라도 서울을 그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욱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여당 인사요, 직전의 이명박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내지 않았던가.

백번 양보해서 서울이 ‘절망의 도시’라고 치자. 그렇다면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를 책임진 쪽은 새누리당이 아닌가. 이전의 정부도 이명박정부였으며 당시 김 전 총리는 최장수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지 않았던가. 자살률, 고통지수, 송파 세 모녀를 원통하게 보낸 책임 등이 이제 2년 반 남짓 서울시장을 맡은 박원순 시장에게 있다는 것인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격이다. 박 시장 편을 든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만약 김 전 총리의 서울에 대한 인식이 옳다면 그는 출마선언이 아니라 사과선언을 하는 것이 옳다는 뜻이다. 김 전 총리가 속한 새누리당, 동시에 전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낸 자신의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 출마선언 한 이후에도 이른바 ‘박심’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 스스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런저런 상의를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상의를 했으니 곧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판단해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다. 물론 선거 얘기는 없었다고 해명은 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만일 ‘박심’을 업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것이 사실이라면,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 외에는 별로 믿을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모두에게 비극이다. 그의 말대로 서울을 ‘절망의 도시’로 만드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부디 ‘박심’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마음을 얻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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