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정신’은 일본의 특유한 종교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본인들은 갓 태어나자마자 자신도 모른 채 신사(神社)에 있는 신들에게 신고되고, 성인이 되면 교회나 교회식으로 꾸며진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죽으면 불교 사찰에 묻힌다.

이처럼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종교 간 경계선’이 모호하다. 반면에 한국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에서는 개종(改宗)을 하지 않는 이상 기독교인이 사찰에 가서 불공을 드리거나 불교인이 교회에 가서 찬양을 드리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은 독특한 일본 종교문화가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직접 찾아 나섰다. 또 그는 ‘일본정신’을 통해 한국과 달리 기독교·천주교 등 서구 전통 종교가 거의 없는 일본 종교문화의 형성과정에서 일본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지향점까지도 일러준다.

책에 따르면 한국은 기독교·불교·천주교와 같이 ‘교단 종교’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만큼 번성하고 있으나 반종교적인 정서도 강하다. 반면, 일본인은 스스로를 무종교(無宗敎)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지만 한국인에 비해 성향이나 행태가 종교 지향적인 경우가 많다.

이는 일본인 생활 자체가 종교와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인의 경우 특정 종단에 가입해 초월적 존재를 향해 정기적인 의례를 하는 종교 행위는 지극히 낯선 문화다.

또한 한국인은 대체로 한 가지 종교만을 믿지만 일본인은 한 집안에서 여러 신을 모신다.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종교는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개인 취향과 형편에 따라 고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가지 신만을 숭배하는 일만큼 일본인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없다. 이 점은 사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기도 하고 유사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마츠리를 통해 전통종교를 계승시킨 일본,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 일본 등 다양한 면에서 일본을 바라본다.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원영상 연구교수는 서평을 통해 “이찬수 원장은 마츠리(축제) 집단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일상화된 제사라고 하는 마츠리의 사회성도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전통이 ‘서양적 근대’라는 바람 속에 전근대적인 것으로 폄하돼 민중의 종합적 예술성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08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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