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이도우(翆堂彭)가 1853년에 제작한 세계지도. 우리나라는 반도의 형태에 ‘朝鮮(조선)’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바다인 동해를 ‘朝鮮海(조선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일본의 동쪽 바다를 ‘大日本海(대일본해)’로 나타냄으로써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려는 일본 제국주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미국 버지니아주로 상·하의원 ‘동해병기법안’ 최종 통과
‘일본해’ 단독 표기, 회원국들 동의 못 얻어 정당성 상실
세계 고지도서 ‘COREAN SEA’ ‘朝鮮海’ 등으로 표기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동해(東海, East Sea)’ 표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초, 미국의 버지니아주에서부터 시작된 ‘동해(東海, East Sea) 병기 법안’이 지난 6일 최종 통과 이후 주지사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뉴욕에서 발의된 ‘동해 병기 법안’은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행 표기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뉴저지주는 물론 캘리포니아 등 5개의 주도 동참할 뜻을 밝혔다. 덩달아 뉴욕타임스도 동해표기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사회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집중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전역과 전 세계 교과서는 물론 지도 등에 동해·일본해 병기 나아가 동해 단독 표기가 될 수 있는 확실한 토대가 마련됐다.

국제기구인 유엔이나 국제수로기구 등의 경우에도 명칭에 대해 인접하는 국가 간, 관련되는 국가 간에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에는 병기할 것을 권유하는 결의안을 이미 채택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해양기본계획´ 최종안에 ´일본해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는데 대해 국제사회에 올바른 이해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제18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는 일본해 단독 표기에 대해 회원국들의 동의를 더 이상 얻지 못했으므로 정당성을 이미 상실했다. 동해 병기 문제는 2017년 모나코에서 개최될 제19차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에서 추진되고 있는 ‘동해·일본해 병기 법안’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IHO 총회 회원국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영국의 새뮤얼 던(Dunn, S.)이 프랑스의 당빌(D'Anville, J, B.)과 독일의 캠퍼(Kaempfer, E.) 그리고 포르투갈인들의 지도를 바탕으로 1794년에 제작한 지도다. 빨간 원 안에 동해가 ‘COREAN SEA’로 표기돼 있다.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특히 오는 22일부터 ‘세계 고지도로 보는 동해’ 특별 전시가 예술의전당과 경희대학교혜정박물관, 교육부 공동으로 16일간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전시는 동해가 한국해임을 제3자적 시각에서 증언하고 있는 실증유물과 자료 70점의 원본 지도를 공개하는 자리다. 또한 ‘동해’라는 주제로 많은 고지도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라는 데 의의가 있다.

서양의 고지도는 물론 일본의 고지도까지 ‘동해(東海)’가 우리나라 바다임을 실증하고 있다. 서양인이 만든 고지도 속에서 ‘SEA OF COREA' ‘COREAN SEA’ ‘MER DE CORÉE’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이어 미국에서 순회전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경상북도 ‘경주세계문화엑스포타워미술관’을 시작으로 전국순회전시와 미국과 일본 순회전까지도 계획 중이다.

지난 12일 전시 개막에 앞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고지도로 보는 동해’展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정 경희대혜정박물관 관장은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는 고지도 원본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이자 ‘동해’를 주제로 많은 고지도를 한자리에서 공개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부 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제공인 ‘동해-東海-East Sea’ 표기의 정당성을 더욱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중략)’ 우리나라 애국가의 첫 소절이다. ‘동해(東海, East Sea)’는 애국가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의 삶과 정신을 이어주는 중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겐 너무 일상적인 ‘동해’로 여겨져 그 중요성과 역사성을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되돌아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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