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한국전쟁을 거치며 남과 북은 군사력 강화가 갖는 절박함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하였다. 특히 북한의 경우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군부에 의존하는 ‘선군정치’를 실시하면서 군에 의한 ‘총대정치’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새로운 국방개혁안을 마련해 과감한 병력감축을 선언하였다.

국방부가 6일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은 현재 63만 3천 명인 병력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52만 2천 명까지 11만 명 정도 감축하고, 군단 중심의 작전수행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이 계획에는 특히 1·3군사령부를 통합해 지상군작전사령부를 창설, 전방 군단을 직접 지휘하며 지상작전을 책임지게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간부급인 부사관을 2017년까지 1만 5천 명 정도 증원시켜 병력 감축으로 인한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또 핵심 군사전략도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 ‘능동적 억제’ 개념으로 바뀐다. 국방부는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국지도발과 전면전을 동시에 대비하는 능력을 구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통일시대 준비와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방위역량 강화를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이 통일시대 준비뿐 아니라 통일 이후의 대비책도 언급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통일은 언제 갑자기 찾아올 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통일 준비를 천명하고 있는 지금 과연 지상군 감축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상군이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데 줄어든 병력으로 충분히 감당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부사관 확충이나 무기 첨단화, 작전 지휘체계 효율화로 과연 병력 감축으로 인한 전투력 저하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설사 저출산 추세 때문에 병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해도, 정부는 그로 인해 국민이 느낄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또한 지난 2005년부터 설계되기 시작한 국방개혁 핵심 과제들의 목표 시기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 연기와 국방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계속 늦춰지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는 “강도 높은 국방개혁 추진을 위해 연평균 7.2% 수준의 국방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복지예산 비중 확대 등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방계획은 북한의 다양한 무력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유사시 계획에 따른 단호한 대응을 해야 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서 보듯 우리가 적시에 결정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계획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안보의 부실함만 허무하게 드러날 뿐이다.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은 언어적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되며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13일(현지시각)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한반도에서 싸워야 한다면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긴급 상황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반도 전쟁을 첫손에 꼽았다.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선 “북한은 전쟁 수행 능력이 발전되고 복잡한 무기체계를 갖춘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디어노 육참총장은 “현재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북한의 오판”이라며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전쟁을 죽자 사자로 덤비는 나라고 우리는 단지 생존이란 목표로 생각하는 차이가 있다. 경제적 우월감 속에 군비감축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우리는 전쟁을 생각하며 그 수순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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