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전 포교원장 부산 감로사 주지 혜총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전 포교원장 부산 감로사 주지 혜총스님

주인정신 갖고 자기 자신을 ‘깨어 있는’ 상태 만들라
전 국민 인문학하게 되면 ‘통일’위한 발판 마련될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해 10월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혜총스님. 스님은 당시 후보 스님들 간 쟁쟁한 비방전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법과 계율,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겼던 스님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부산시내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을 타고 진포2동 황령산 자락에 자리한 감로사를 찾았다. 혜총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사찰이다.

스님은 인자한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72세 노구를 이끌고 손님을 맞는다며 차를 내오고 다과를 준비하는 모습에 엉덩이가 자리에서 절로 떨어졌다. 스님은 생명과 평화, 나라를 위한 소신을 또박 또박 이어나갔다.

◆“만물의 영장 ‘사람’의 목숨, 소중한 것”

스님은 사람의 생명이 귀하다고 말했다. 생명 가진 사람의 의무도 고귀하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출산율이 낮아 사람이 태어나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 됐죠. 우주 공간에 생명체가 얼마나 많아요. 저마다 다 자기 목숨이 귀해서 생명을 내놓기 싫어하지요. 하다못해 똥파리도 목숨을 그냥 내주지는 않지요.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목숨은 소중한 것이에요.”

스님은 생명체인 사람으로서 또 다른 생명을 창조해야 하는 사람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줬다. 나를 낳아준 부모의 은혜, 형제의 은혜, 생명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공기와 음식 등 모든 만물들의 은혜를 알고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 부산 감로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인간의 생명이 귀한 것이 비단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스님은 불교법문을 들어 “자신이 자기 모습을 만들어 여기까지 왔노라”라며 끊임없이 자기를 변화시킬 주체가 바로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주인정신으로 자신을 깨어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깨어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님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바로 ‘깨어있음’이라고 강조했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어떤 사물을 보고 체험을 하면 겪었던 모든 것을 전부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소 닭 보듯 하며 깨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을 봐도, 들어도, 만져도 장님이나 귀머거리 같은 상태가 되어서 아무것도 기억을 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기억해낼 수 있도록 깨어있으면서, 법을 알게 되면 바로 ‘깨달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메모리 왕’이라고 표현했다.

◆나라를 위한 세 가지 조언

스님은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참고해야 한다며 세 가지를 꼽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부르짖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스님의 염원이다.

첫 번째는 정신문화원의 건립이다. 단순히 건물을 짓고 인적 인프라를 갖추는 게 아니다. 전 국민이 인문학(종교, 철학, 문학 등)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뜻이 있다.

“인문학은 정서이지요. 사람이 정서가 차분해야 지혜가 생기는 법이지요. 파도가 이는 호수는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고, 그위에 떠 있는 배도 방향을 잡을 수 없어요. 바람을 멈추면 배가 방향을 잡을 수 있고, 잔잔한 호수 안에 들어있는 보배도 볼 수가 있고, 그 위에 떠 있는 달도 비치게 되는 것이에요.”

스님은 인문학을 해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주위를 바라보며 나라를 생각하고 더 큰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설교했다. 즉 개인주의를 벗어나 주인정신을 갖고 공동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종교가 이 역할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전 국민이 인문학을 통해 변화되면 우리 민족의 ‘통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로는 경제를 통한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는데, 이 평화를 이루는 소통은 나눔으로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있는 자가 나눠주는 아량을 베풀어 같이 먹고 사는 게 평화라는 뜻이다. 스님은 평화(平和)의 한자를 풀어서 설명했다.

▲ 부산 감로사의 삼천불전. 지붕 위에 비둘기가 무리를 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평화의 평(平)은 평평한 것 즉 나눔을 뜻하고, 화(和)는 벼 화(禾) 변에 입 구(口)로 같이 먹는 식구를 뜻하지요. 모두가 같이 먹는 거에요. 누구는 먹고 누구는 먹지 못하면 어떻게 평화가 이뤄질 수 있겠어요.”

스님은 지역감정이 생긴 것도 평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먹거리를 나눠야 했지만 나누지 못하고 특정한 지역으로 쏠린 결과라는 것.

이 같은 맥락에서 스님이 세 번째로 제시한 것은 ‘돈’ 즉 먹거리이다. 스님은 과거 경제발전의 근간이 됐던 공단들이 대부분 경상도에 치중됐던 점을 지적하며 전라도 지역에도 이 같은 공단을 뒤늦게라도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총스님은 누구

혜총스님은 1945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1956년 통도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3년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5대 포교원장, 사회복지법인 불국토 이사장, 해인승가대학 총동문회장, 동국대 석림동문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 감로사 주지를 맡고 있다. 스님의 저서로는 ‘새벽처럼 깨어 있어라’ ‘감로의 문을 연 부처님’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등이 있다.

◆감로사의 특징은

감로사에는 대웅전이 없다. 대신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등 세 부처상이 야외 바위에 새겨져 있다. 삼천불전 왼쪽 뒤편에 든든하게 자리를 하고 있는 이 바위는 혜총스님의 꿈에 현몽(現夢)해 자신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후 스님은 자운스님에게 꿈 이야기를 하며 바위를 사용하겠다고 허락을 맡고 세 부처를 새겼다. 삼천불전(三千佛殿)에는 과거를 의미하는 1천불(佛), 현재를 의미하는 1천불(佛), 미래를 의미하는 1천불(佛) 도합 삼천불이 모셔져 있다. 날이 좋은 날 삼천불전 지붕을 보면 비둘기가 놀이터 삼아 무더기로 앉아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보살들은 이 삼천불전에서 기도와 절을 한다.

감로사 삼천불전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삼불석(三佛石). 이 돌이 혜총스님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사찰에 써 달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이후에 이 바위에 세 부처상을 새겼다.

▲ 감로사 삼천불전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삼불석(三佛石). 이 돌이 혜총스님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사찰에 써 달라고 부탁했다. 스님은 이후에 이 바위에 세 부처상을 새겼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