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를 맞았지만 2012년 통계청에 의해 확인된 자살 원인 1위는 생활고다. 얼마 전 송파구 세 모녀도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을 택했다.

지난 2일에는 30대 주부가 4살배기 아들을 안고 역시 생활고를 이유로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다. 물론 가난이 자살을 합리화 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복지예산 100조 시대에 이처럼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나라 복지 정책의 부실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문제점은 현장 봉사자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현장 봉사자들의 말을 빌어보면 동사무소에 등록된 기초생활수급자 중 일부는 쌀과 연탄이 넘쳐나 이른바 연탄깡을 하는 지경인 반면, 실질적인 부양가족이 없는데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된 이들은 끼니와 추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현실을 무시한 각종 규제, 턱없이 부족한 복지 직원, 그리고 부실한 현장실사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서류절차는 신빈곤층 양산의 주원인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누락되는 등의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대략 415만 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사태에 비춰보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인구라고도 할 수 있다. 다차원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 대다수는 강도가 세지만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전전해 재산형성을 못한다. 그러다 아프게 될 경우 삶의 질은 급격히 추락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것이다.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발로 뛰는 행정실사가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실사를 할 수 있도록 담당 직원의 수도 적정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논의 중인 생활고 비관 자살 방지 대책이 서류절차를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또 다른 탁상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자든 빈궁한 자든 모든 국민의 생명은 소중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자 한다면, 정부는 ‘복지예산 100조 시대’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현장실사와 ‘자살 심리부검’을 통해 소외계층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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