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손을 잡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이 말한 ‘새정치’의 파트너가 아니었다. 오히려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형성하며 기득권 체제를 온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새정치’로부터의 퇴출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민주당과 연대를 넘어 통합을 하다니, ‘새정치’를 포기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안 의원의 ‘새정치’에 기대를 걸었던 다수의 지지자들이 실망하거나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안 의원이 강조했던 ‘상식’으로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안철수, 양날의 칼을 쥐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논리보다 힘의 관계가 먼저 작동되는 곳이며, 비전보다는 셈법이 앞서는 곳이 ‘정치의 장’이다. 게다가 양당의 기득권 체제를 깬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간단한 일이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기득권 세력과 그 비호세력들은 똘똘 뭉쳐 ‘새정치의 깃발’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내며 조롱하고 있는가. 어쩌면 새정치연합 윤여준 의장의 표현대로 안 의원 스스로 ‘정치현실의 벽’ 앞에서 역부족을 절감했을 것이다. ‘새정치’를 향한 열정은 뜨겁지만 그 열정을 담아 낼 그릇이 작으니 창당을 앞두고 불면의 밤을 지샜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 의원이 갑자기 궤도를 수정한 배경이 아닐까 싶다.

차기 20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미 공유하고 있는 그림이다. 대선을 불과 1년 반 정도 앞두고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야권이 분열된 모습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회권력의 교체가 곧 정권교체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차기 총선 직전의 야권 연대나 야권 통합은 어쩌면 불가피한 것이다. 다만 연대나 통합의 명분이 무엇이며, 그 즈음 민주당이 정말 쇄신하고 혁신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가 최대 변수였던 셈이다. 그것이 김한길 대표가 짊어진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나 ‘야권의 재구성’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현실이 돼버렸다. 민주당이 혁신을 한 것도 아니며 지금 당장 통합이 절박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이는 분명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다. 더욱이 민주당 혁신은 미래의 일이다. 만약 앞으로도 ‘제3지대 신당’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혁신을 거부하거나 실패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새정치연합이 탈당해서 ‘새정치’의 깃발을 다시 들 것인가. 그것은 어렵다. 이미 ‘새정치’의 동력이 소진돼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새정치’에 대한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부터 풀 수가 없다. 사실상 ‘새정치’는 종언을 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새정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바람대로 ‘제3지대 신당’을 통해 ‘구태 민주당’을 쇄신하고 견인할 수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 자체가 ‘새정치’의 과정이요, 가치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이 ‘고독한 결단’을 통해 ‘새정치’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반대로 ‘구태 민주당’에 발목이 잡혀 무력하게 끌려 다니거나 용해된다면 이는 최악의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새정치’ 앞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제3지대 신당’을 만드는 그들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안 의원은 지금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그 칼로 낡고 병든 것을 잘라 버릴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새정치’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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