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실 복식에 담긴 각 명칭과 의미(왼쪽), 면복 착용 순서(오른쪽)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엄격한 신분제 사회서 복식 의미 뚜렷… 왕실 ‘권위’
왕의 복식 따라 내인들 옷·궁궐 의례 내용 등 파악
화려했으나 절약형, 신분·의식 따라 철저히 구분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조선의 왕실복식은 시대의 최첨단 유행과 화려함이 고스란히 담긴 최고의 명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왕과 왕비만을 위한 옷이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더한다.

지난 1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내놓은 연구집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다(저자 이민주)’는 전례서인 <국조오례의서례> <국조속오례의보서례> <상방정례> 등의 규정집 외에도 각종 의궤와 현전하는 복식을 중심으로 ‘왕과 왕비의 복식’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과 같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복식이 갖는 의미는 더욱 뚜렷하다. 왕이 무슨 옷을 입느냐에 따라 왕비를 비롯한 왕세자, 왕세자빈은 물론 궁궐 안 사람들의 복식이 정해지고, 그 복식을 통해 의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왕실복식에 관해 전해지는 의복이 있지만, 많이 바래거나 그 수가 적어 전체적 윤곽을 파악하기 어렵다.

책은 용으로 상징되는 왕과 왕세자, 봉황으로 상징되는 왕비와 왕세자빈을 중심으로 의례에 따른 복식의 종류와 복식 유통을 위해 어떤 시스템이 작동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왕과 왕비를 위한 단 하나의 옷. 즉 ‘로열패밀리’의 옷이라고 하면 흔히 화려함과 사치, 특히 백성을 수탈하는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전근대 유럽의 왕족이 입은 복식은 화려하고 비쌌다. 그러나 조선의 왕실복식은 화려했지만, 절약형이었으며, 신분과 의식에 따라 철저하게 구분된 복식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왕은 9개, 왕세자는 7개의 무늬를 옷에 새긴다. 그중에서 왕의 경우 5개는 상의, 4개는 하의에 놓는다. 상의를 보면 왕권을 상징하는 용무늬가 양어깨에 그려져 있고, 등 뒤에는 하늘에 오르는 길을 상징하는 산이, 소매에는 밝게 빛난다는 불(火),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꿩(華蟲), 제사에 쓰는 술잔(宗彛)을 그렸다.

하의에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수초(藻), 쌀을 형상화해 양민을 나타낸 분미(粉米), 왕의 결단을 상징하는 도끼 모양의 보(黼), 악을 멀리하고 선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궁자가 서로 맞대고 있는 모양의 불(黻)을 새겼다.

이렇듯 옷 한 벌에도 왕으로서 갖춰야 하는 덕목과 이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조선왕실의 복식은 모두가 화려하고 사치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단을 입지 않고 명주나 모시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 이들 옷은 세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다듬이질을 하면 광택이 나 비단 효과를 내기도 한다.

또한 순조도 여러 번 세탁해서 입는 것은 물론 유장(帷帳)은 기워서 사용함으로써 왕이 검약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엄격히 금해 백성의 모범이 되고자 했다.  

▲ 실 복식에 담긴 각 명칭과 의미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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