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앞잡이 매국노와 독립군 후손들의 명암! 박완서 작가(19312011)오망과 몽상이란 소설 속 주제다. 지난 1980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한국 근대사 초기와 현대를 이으면서 자리 잡은 사회지배층과 하민층을 대칭으로 다루면서 과연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일까, 아니면 부정의(不正義)와 불공평한가에 대해 진지하게 그리고 있어 반향(反響)이 크다. 소설 중에서 두 개의 소재는 다름 아닌 독립군과 일제 앞잡이의 후손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소설은 픽션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성에 입각한 소설을 완전히 허구라고는 할 수 없다. ‘오망과 몽상에서 독립군의 후예는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한 탓에 최고의 자리라 해도 중앙청 수위밖에 될 수 없고, 그 아들은 도배장이가 돼 가난이 대물림되는 데 반해, 매국노친일파 자식은 일본 유학을 해서 정부 수립 당시에 고관을 지내거나 기업인이 되어 후손들이 떵떵거리며 잘 살아가는 세태, 역사의 아이러니를 통찰하고 있으니 그런 현상들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3.1절을 전후해 두 가지 화제가 있었으니, 하나는 해외서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의 자랑스런 위업을 기리려고 열 형제가 한국에 귀화를 했지만 정부에서 준 정착금은 고작 3500만 원뿐이었고, 많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고국서 찬밥 신세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많은 국민이 매국노의 원흉이라고 알고 있는 이완용의 후손, 친척이나 친일파의 후예들이 정부 고관이나 국립대 총장 등을 지냈고, 아직도 사회지도층에 군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매국노, 친일파의 후예들은 3대가 풍족히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귀화한 독립운동가의 후손 중 89%가 무주택자이고 38%가 무직인 상태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이것은 개인적 문제라기보다는 정부 수립 후 혼란의 시기와 사회 제도가 만든 오망과 몽상에서 기인한 바 크다 할 것이다. 그러기에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이 지난해 합헌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3.1절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한 때 반짝했던 친일 후손들의 재산에 대한 사회 환수 조치 등을 강력히 집행해야 한다.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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