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4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서임감사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교황, 8월 ‘아시아청년대회’ 참여할 듯… 시복식도 주재 
염수정 추기경, 명동성당서 서임감사 미사 간소하게 드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란치스코(78) 교황의 한국 방문 성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 실사단이 최근 교황 방한을 위한 사전조사 작업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천주교에 따르면 교황청 실사단은 지난 2월 중순 비공개 방한해 교황의 방한 일정과 의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과 관련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돌아갔다.

‘순교자 윤지충(1759~1791)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은 지난달 8일 이뤄졌다. 시복(諡福)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가톨릭교회가 공경할 복자(福者, 성인의 전 단계)로 선포하는 것을 말한다.

당초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과 관련해 교황청에 교황의 방한을 신청했다. 그 시기는 10월이나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8월 중 하나로 예측한 바 있다.

올해 초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6th Asian Youth Day)’가 열리기 때문이다.

8월에 대전·충남지역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는 15개국이 넘는 아시아 각국의 청년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큰 행사라 교황의 방한이 기대됐다.

또 10월에 열릴 것으로 봤던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은 교황이 직접 시복식을 주재할 가능성이 높아 방한이 기대됐다.

현재로서는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8월에 방한해 시복식도 함께 집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방한이 이뤄지면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이다.

▲ 미사 집전하는 염 추기경이 성찬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교황청, 시복식 후보지 3~4곳 염두

교황청 실사단은 이번 비공개 방한에서 한국천주교의 상징인 서울 명동성당과 8월 아시아 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 지역 등을 둘러보고 시복식 후보지도 일일이 방문해 타당성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복식 장소로는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공항, 여의도 한강둔치 등 대형 장소 3∼4곳이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염수정(71) 추기경은 바티칸시티에서 열린 서임식에서 교황을 만나 시복식 장소로 광화문광장을 희망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광장은 도심에 있어 천주교 신자와 시민들의 접근이 쉬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교황청은 도심 한복판은 혼잡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성남 서울공항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박하고 검소한 성격임을 감안할 때 서소문 순교성지를 비롯해 제3의 장소에서 시복식이 열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소문 순교성지는 새남터와 더불어 조선왕조의 공식 처형장이었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가운데 25위도 이곳에서 참수됐다.

천주교 관계자는 시복식 장소 등 아직 세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이 교황의 방한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번 교황청의 실사 방한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임식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을 해주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아시아를 빼고 다른 대륙은 다 방문했다. 이번에는 한국을 꼭 방문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해 방한 기대감을 높였다.

염 추기경은 “교황님이 한국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꼭 오시리라 희망한다. 한국에 오시면 한국과 아시아에 큰 희망과 기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염수정 추기경이 서임감사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추기경 서임 감사미사 간소하게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달 22일 바티칸시티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공식 서임됐다.

지난달 27일 로마에서 돌아온 염 추기경은 4일 명동대성당에서 추기경 서임 감사미사를 드렸다.

염 추기경은 “교회가 평화의 도구가 되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길 바랐다.

이어 “생각이 다른 상대를 무시하거나 배척해서는 함께 살 수는 없다. 공존해서 함께 사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각종 행사를 소박하고 검소하게 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축하연은 생략하고 간소하게 진행했다.

▲ 추기경 서임감사 미사에 참여한 신도가 성가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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