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세습정치는 이제 7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지속성의 원인을 정치문화로 설명하는 견해, 종교정치로 설명하는 의견 등 다양하지만 분명한 건 최근 김정은이 다시 한 번 제대로 설명해 주었다. “모기장을 2중 3중으로 치자.” 이 한마디면 설명은 추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문제는 권력의 정점만 세습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세력 모두가 줄줄히 세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다음으로 세습의 본보기를 보여주던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사라져 관심을 끌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북한 최고의 실세로 꼽히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체포돼 감금상태에 있다는 주장이 2일 제기됐다.

북한 전문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은 이날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최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21일 체포돼 감금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자유북한방송은 “이는 복수의 소식통들의 전언”이라며 “2일 새벽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전하는 소식통의 전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최 총정치국장은 지난달 21일 오전 6시 출근 준비 중 보위사령부 소속 군인 30여 명에 의해 자택에서 체포됐다. 방송은 또한 “보위사령부는 체포 이후 인민무력부 청사 내 최룡해의 사무실의 모든 문서와 집기를 압수해갔다”며 “최룡해는 현재 보위사령부 내에 감금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정확한 체포 사유는 알 수 없으나 ‘김정은 동지의 영도체계 위반’인 것으로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북한 인민군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인민군 소식통은 “최근 인민군 내부에 당의 영도체계가 바로 서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강연자료 등을 통해 자주 나오고 있다”며 “그 총체적인 책임을 최룡해가 진 것 같다”고 자유북한방송에 전했다.방송은 아울러 “장성택 처형 이후 당과 내각으로 전격 이전되기 시작한 각종 이권사업들이 최근까지 최룡해의 견제를 받고 있었으며 이는 김정은의 지시에 정면 대치되는 것으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지난달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당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북한 매체에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부강조국 건설의 불멸의 대강을 밝혀주시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선 김 제1비서의 전용열차에서 함께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인 세계북한연구센터는 “현재 최룡해가 과거문제로 학습과 반성 등 사상검토 중에 있으며 이는 백두산 줄기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백두산 줄기의 대표적 주자들인 오진우 원수의 아들 오일정은 현재 당중앙위원회 군사부장이다. 또 오백룡 대장의 아들 오금철은 부총참모장이다.

그리고 항일 빨치산 중 대표적 ‘충성일가’로 평가되고 있는 2세 오극렬은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벌써 37년째 대장이다. 이들 모두 김정은 시대 들어와 소외되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가 지저분한 최룡해가 2인자로 뜨다 보니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바로 최룡해는 김경희 등에 의해 견제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최룡해는 지난해 12월 12일 장성택을 체포하는 당중앙 정치국 확대회의에 구성을 맞추기 위해 김경희의 참석을 요청하러 갔다 당원증을 집어던지는 김경희에게 된서리를 맞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 뒤 김경희는 최룡해를 겨냥해 왔고 여기에 항일 빨치산 제2세들의 동의를 요청했다.

북한에서 김정은의 권력은 취약하다. 이들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에 말이다. 바로 이런 점이 북한 급변사태를 예고하는 것이다. 북한 권력이 재편되는 3월 9일의 최고인민회의 제13기대의원 선거를 지켜보면 김정은 체제의 권력윤곽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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