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신년 기자회견에 밝힌 총론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박 대통령은 ‘제2의 한강기적’을 거론하며 임기 안에 잠재성장률 4%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더욱이 이런 목표를 임기 내내 직접 챙기겠다는 결연한 의지까지 밝혔다. 이런 정도라면 박 대통령의 진정성과 실천의지를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고, 의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방법론에서 엇나가면 시작부터 일이 뒤틀리기 마련이다.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던 국정개혁이나 경제혁신 비전이 그 취지가 나빠서 또는 실천의지가 약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관건은 실행 계획의 방법론부터 잘못 설계하다 보니 대부분 배가 침몰하거나 산으로 가고 말았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한 ‘474 비전’도 그 승부의 관건은 방법론에 달려 있다. 경제혁신에 녹아 있는 철학과 가치, 각 주체 간의 소통과 신뢰 그리고 손에 잡히는 기대효과와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론적 절차와 정당성 없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던 ‘성과 중심’의 국정운영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수준 높은 정치력이 발휘돼야

박근혜정부가 끝날 즈음 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육박이라는 결실이 나온다면 일단 박수를 칠 일이다. 그러나 그 목표치에 도달하는 방법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다면 목표 달성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목표치까지 갔다고 하더라도 그 질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주된 내용을 보면 ‘정치적 합의’와 ‘사회적 타협’이 있어야 가능한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정책 목표만 밀어 붙인다고 해서 이뤄질 성질이 아니다.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서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중도에 침몰할 정책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주체도 역량도 없다. 그리고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다. 청와대는 너무 높은 곳에 있고 정치는 실종돼 있으며 국론은 양분 된지 오래다. 그런데도 ‘474 비전’이 정말 비전이 있다고 보는 것일까. 오판 아니면 무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수경기가 침체돼 있다며 경제폭탄의 뇌관과도 같은 가계부채를 지적했다. 그리고 “모든 부문이 균형 있게 성장해서 그 결실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균형경제를 역설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인식엔 동의하지만 철학과 가치엔 동의하기 어렵다. 말로는 균형과 중소기업, 벤처를 말하지만 실은 규제완화와 개방화, 경쟁체제 강화를 화두로 삼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게 딱 듣기 좋은 말이다. 이명박정부 때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과 대동소이하다. 이미 양극화 심화와 내수경기 악화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다시 그 길로 가겠다는 것인가.

규제를 풀어 시장에 자유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어떤 규제이며, 어떤 시장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근저에는 국가자본주의에서의 정부의 역할과 성장신화가 깔려있다. 최근의 권위주의 정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더 심해진 만기친람도 큰 부담이다. 이는 정치든 경제든 민주화 방식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끝은 무엇일까. ‘474 비전’에서 ‘진짜 비전’을 볼 수 없는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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