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노중련(魯仲連) 열전(1)
[사마천 사기] 노중련(魯仲連) 열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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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 소설가

 
노중련은 제나라 출신으로 기발한 재치와 순발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자신만만했지만 왕실에 봉사할 뜻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어지러운 세상을 넌지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조나라를 여행하려고 할 때 조나라는 효성왕의 시대로 때마침 진(秦) 나라와의 장평 싸움에서 40만 명의 조나라 군사들이 진나라 장수 백기에게 모두 산 채로 생매장을 당했다. 진나라 군은 다시 동쪽으로 나아가 조나라 도읍인 한단을 포위했기 때문에 조나라 왕의 공포는 대단했다. 제후들로부터 구원군이 온다는 것은 말 뿐이었고 누구 하나 나서서 진나라군과 싸우려는 자가 없었다.

위나라 안희왕도 장수 진비가 이끄는 구원군을 체면상 보냈으나 진나라군과의 싸움이 두려워 국경 근처인 탕음에 군사들을 주둔시키고 관망만 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 위왕은 군사 고문인 신원연을 한단에 몰래 들여보내 조나라 실력자인 평원군을 통해 조왕에게 전하게 했다.

“진나라가 갑자기 귀국의 도읍을 포위한 것은 귀국을 멸망시키려는 뜻이 아닙니다. 예전에 진나라는 제나라 민왕과 싸움에서 이기고 황제로 일컬은 적이 있었으나 얼마가지 않아 그 칭호를 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뒤 제나라 국력은 차츰 쇠약해져 갔고, 이제 와서는 진나라가 천하의 으뜸임을 자랑하고 있소이다. 귀국의 도읍인 한단을 포위한 것은 한단을 탐내서가 아니라 다시 황제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귀국이 당장 사신을 보내 진(秦)나라 소왕을 황제로 받든다면 진나라 군대는 만족해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평원군은 도무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 노중련이 조나라에 들어와 있었다.

위나라가 조나라에게 진 소왕을 황제로 받들라고 권고했다는 소식을 들은 노중련은 당장 평원군을 만나러 갔다.

“위나라에서 권유한 대로 하실 작정입니까?”

평원군은 불편한 심기를 내세우며 “나로서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최근 우리는 사십만 명이나 되는 군사들을 졸지에 잃었고, 지금은 이 도읍마저 포위당한 채 저들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소. 위나라 왕은 신원연을 보내 진나라 왕을 황제로 받들라 하오. 그 사신은 아직도 이곳에 머물면서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나 나로서는 이런 큰일을 논할 자격이 없소.”

그 말을 들은 노중련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나는 그대를 천하의 어진 사람이라고 여겨 왔소이다만 아무래도 내 판단이 잘못 된 것 같소. 무얼 망설이고 있소? 위나라의 권유는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당장 위나라 사신이 있는 곳을 내게 가르쳐 주시오. 내가 가서 쫓아 버리겠소.”

그러자 평원군이 나섰다.

“그러지 말고 내가 먼저 가서 좋은 말로 소개할 터이니 만나보도록 하시오.”

그렇게 말한 평원군은 신원연을 만나러 갔다.

“노중련이 지금 우리 조나라에 와 계시오. 제가 소개해 드릴 테니 한 번 만나지 않겠소?”

그 말에 신원연은 고개를 내저었다.

“노중련 선생이시라면 제나라의 고결한 인격자라고 듣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공무로 이곳에 와 있는 몸이니 내 책임을 다할 때까지는 그 분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실은 그 분과 이미 다 만나 뵙기로 얘기가 되어 있으니 한 번 만나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신원연은 난색을 보이며 어쩔 수 없이 만날 것을 승낙했다.

노중련은 평원군을 앞세워 신원연을 만났으나 정작 잠자코 앉은 채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원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는 진나라 대군에게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아직도 위기의 이 도읍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평원군을 의지하는 사람들뿐입니다. 그런데 선생을 뵈오니 그런 무리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곳에 언제까지 머물고 계시려고 하십니까?"

그 말에 노중련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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