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위해 신사를 찾아 신관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이날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강력 반발해 동북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일본의 과거사 부인(不認)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전을 방해하고 관련사실을 전면 부인하더니 급기야 20만 명의 양민을 죽인 중국 난징(南京)대학살 사건도 부인하고 나섰다.

일본의 뻔뻔한 태도에 중국 정부도 그간 사진 촬영을 금했던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외신에게 공개하며 만행을 폭로했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와 중국 필리핀을 비롯한 동북아의 근대사에 끼친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말만으로는 그들이 저지른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 프랑스 만화전에서 보았듯 만화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이 자랑하듯 남긴 현장 사진은 그들의 만행을 잘 증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특별사진전에 앞서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는 사진전의 의미와 함께 일본의 과거사 인정이 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중요한지 독일과 남아공의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천지일보=김예슬·장수경·이혜림 기자] “할머니가 바라신 것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었습니다.” (故 황금자 할머니 양아들 김정환 씨)
“어떻게 하든지 일본에 사과만 받으면 나는 눈을 감고 갈 수 있습니다.” (김복득 할머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만 1114차례 열렸지만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으로 바뀌고 나서부터 위안부 문제가 더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달 열린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전시회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만화 전시와 한국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일본군 위안부 기념일 제정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나열해 일본을 비방 중상하는 것에는 사실로 냉정히 반론하겠다”고 위안부 문제를 부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지난 20일 중의원예산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학술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일본 정부의 위안부 관련 망언은 계속되고 있다.

현 일본 정권의 이 같은 행동에 국내외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반성과 기억, 역사청산의 노력을 피해자와 피해국이 하고 있는 지금, 일본 정부는 더 이상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제 살 깎아먹기 행보는 그만두고 겸허한 자세로 과오를 받아들이며 평화를 실현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을 비난했다.

외교부 측도 21일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내용을 검증하는 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는 그간 양국관계의 기초가 됐던 올바른 역사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독일·남아공 과거사 해결이 준 교훈
일본과 달리 세계는 지금 과거사를 인정하면서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독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만델라는 ‘진실과화해위원회(TRC)’를 설치하고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과거사 청산을 실시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정책) 시절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투쟁을 잔악한 방법으로 탄압한 국가폭력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사면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인 보상이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 무덤에 비석을 세워줌으로써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했다.

독일도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며 피해국과 피해자들에게 지금까지도 용서를 구하고 있다. 1970년 12월 7일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애도한 장면은 독일의 과거사 반성에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독일은 폴란드에 오데르-나이센선 동부 지역 11만㎢를 반환했고 지난 1986년까지 나치 피해자 5700만 명에게 35억 마르크를 배상했다. 또 독일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100억 마르크의 기금을 조성,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강제 징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배상을 해줬다. 아울러 작년에는 생존 유대인들에게 10억 유로(약 1조 4500억 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도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간 공동 역사교과서를 발간하는 등 역사 인식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케이프타운=AP/뉴시스】1994년 자료사진으로 넬스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케이프타운에서 프레데릭 드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과 잡은 손을 번쩍 들고 있다.

◆“日 과거 반성해야 동북아평화 와”

이같이 세계가 과거사를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만 유독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일본이 과거를 반성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백인들의 인종차별정책 피해 사례를 법정에서 밝히고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아 피해자들이 위로 받을 기회를 제공한 것은 정말 옳은 일이다”면서 “일본도 과거를 완전히 반성해야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무리 한국과 중국이 옳은 말을 해도 일본이 이를 전혀 수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본 측은 만델라의 이상이 남아공에서만 실현된 내용일 뿐 한일관계나 중일관계의 과거사를 청산하는 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또 사과보다는 배상이나 보상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일본의 태도에 아쉬워했다.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도 “독일의 경우 피해국에 사죄하고 여러 가지 보상차원의 충분한 행동을 보여줬지만 일본은 아주 인색하게 최소한으로 하면서 가급적 과거를 묻어두려고 하고 있다”며 “주변국에서라도 일본이 제대로 된 화해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세계평화에 공헌할 수 있도록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과 주변 국가는 서로 화해한 결과로 유럽공동시장을 만들어서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동북아는 과거를 청산하지 못해 서로 앙금이 남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과거 청산을 하지 않음으로 이에 대한 분쟁도 더 커지고 있다”면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라도 과거사 청산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佛 만화전 부인한 日의 ‘뻔뻔함’
세계 최대의 만화축제로 알려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4일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이 열렸다. 만화전은 전 세계인에게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말 이번 축제에 위안부 문제를 다룬 만화를 전시하는 것과 관련해 “프랑스와 유럽은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세계 최악의 분쟁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즈키 요이치 주프랑스 일본대사는 “위안부 기획전이 열린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라고 언급했다. 또 주프랑스 일본대사관은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위안부 전시가 만화를 통해 문화 교류와 우호 친선을 취지로 하는 앙굴렘만화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 외무성 문서를 현지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도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홍보 활동이 있다면 주로 민간의 활동이겠지만 정부로서도 사실을 가지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해 사실적인 자료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본지와 정성길 계명대 명예 박물관장은 ‘100년 전 사진으로 본 한국역사문화와 일제침략사’를 주제로 3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사진뿐 아니라 일제 침략사와 관련된 다양한 미공개 사진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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