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가운데 유독 논란이 많은 것이 급발진 추정 사고다. 급발진 추정 사고가 난 경우 지금까지는 차량 운전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사고 당사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법원에서 주행 중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판매자 측의 입증 책임을 인정한 결정이 나오면서 향후 급발진 추정 사고 처리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송인권 판사는 조모(62) 씨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주식회사 및 벤츠 자동차의 대행 판매사인 H 자동차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H자동차 주식회사에게 “사고 차량과 동일한 차량을 조 씨에게 지급하라”며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때는 일반인으로서는 그 결함을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제조업자 측에서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라 추정해야 한다”면서 “사고 당시 정황을 살필 때도 운전자의 과실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벤츠코리아는 이 사건의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벤츠코리아에 대한 원고의 청구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급발진 추정 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손해배상 책임 및 사고원인이 상당히 완화한 첫 판례로서, 확정될 경우 이와 유사한 소송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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