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시장에서 배우는 사회생활

최수진

고등어처럼
때로는 눈 뜨고도 못 본 척, 죽은 척 해야 한다.
아귀처럼
내장, 간 등을 다 뒤집어놓고 있어야 한다.
낙지처럼
가끔 톡톡 물로 쏘아붙여야 한다.
조개처럼
입 꾹 다물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 작당한 때에 입을 벌려 발언해야 한다.
해삼처럼
수족관 바닥을 기어야 한다.
새우처럼
발버둥쳐야 한다.

[시평]
수산시장엘 가면, 참으로 많은 생선들이 수족관이나 고무로 된 큰 동이 안에 담겨져 있다. 마치 많고도 많은 다른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도 같이, 서로 엉클어지고 뒤섞여져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생선들에게서 시인은 우리의 일상을 배운다. 눈 뜨고도 못 본 척 해야 하는 삶도, 내장, 간 모두 뒤집어 놓고 살아야 하는 삶도, 때로는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가끔은 세상의 사람들을 향해 톡톡 쏴 부쳐야만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요, 불리하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적절한 때에 입을 벌려 발언을 해야 하는 것, 역시 내가 누군지 알려주는 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도 치고, 바닥을 기기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을. 우리네 삶, 수많은 우리들의 삶, 그 모습 어디에고 이렇듯 자리하고 있어, 우리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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