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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의 급증, 금융당국 ‘배상책임보험’ 개발 계획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최근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정보보호 관리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배상책임보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2014년 업무계획’을 보고하면서 금융소비자 및 취약계층 보호 방안 중 하나로 금융회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보험 가입 의무화에 대비해 다양한 배상책임보험을 개발, 실질적 보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은 정보유출로 기업이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 손해를 입으면 이를 보험사가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이는 금융기관과 전자금융업체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과 달리 임의 가입 보험이다. 의무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가입 건수도 많지 않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국내 9개 손해보험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 보유계약 현황을 보면 가입 건수는 119건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보유출 사태 이후 배상책임보험에 대한 문의는 급증했으나,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전자금융거래법과 감독규정에 따르면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거나, 보험 보상 한도액 이상의 준비금을 적립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로 별도의 보험에 들 이유가 없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24일 “정보유출 사태 이후 온라인쇼핑몰 등 대량의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기업들의 문의는 급증했으나, 가입건수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부화재·LIG손해보험 관계자도 지난 달 초 정보유출 사태 이후 문의는 많아졌지만, 신규로 체결된 계약은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관련 보험상품이 관심을 모았지만 실제 가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고객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기업들의 의식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배상책임보험이 활성화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배상책임보험을 의무보험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지난 13일 정보유출 국정조사에서 “정보유출에 따른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배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차일권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의무보험으로 지정되기에 아직은 가입 대상과 보상액에 대한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배상책임보험이 피해자에 대해 실효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금까지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6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생보사 등 총 53개 회사가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작년까지 241억 원을 보험금으로 냈다. 하지만 지급받은 보험금은 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보험사들이 정보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입증돼야 금융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도 정보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입증해야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강기정 의원은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된 경우 2차 피해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한 명의 소송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소송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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