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수정 추기경이 22일(현지시각) 바티칸 서임식에서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와 비레타, 추기경 반지를 수여받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 염 추기경에게 “한국 사랑한다” 말해 
15개국 19명 추기경 새로 서임… 성 베드로 광장으로 중계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 세례명 안드레아) 추기경이 22일(로마 현지시각) 바티칸시티에서 열린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공식 서임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오전 11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서품을 받았다. 염수정 추기경은 故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83) 추기경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공식 서임됐다.

이날 서품을 받은 신임 추기경은 15개국에서 온 19명이다. 이로써 총 218명의 추기경단이 새롭게 구성됐다.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인 콘클라베 참석권한을 갖는 80세 미만 추기경은 122명, 80세 이상은 96명이다. 하지만 추기경 2명이 오는 3월이면 만 80세를 넘게 돼 추기경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은 120명이 될 전망이다.

이날 추기경 서임식에서 신임 추기경들은 진홍색 수단 위에 하얀 중백의를 입고 진홍색 짧은 토를 두른 채 입장했다. 진홍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신임 추기경들은 교황으로부터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zucchetto, 성직자들이 쓰는 원형의 작은 모자)와 비레타(biretta, 주케토 위에 쓰는 3각 모자), 추기경 반지를 수여받았다. 반지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헌신해 달라는 표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훈시에서 “주님과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께서는 어떤 철학이나 이데올로기를 가르쳐주러 온 것이 아니다. 당신과 함께 길을 걸어가라고 하신다”며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필요로 하신다. 여러분들의 친교, 용기, 수고를 필요로 한다. 평화를 위한 일꾼이 되도록 요구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훈시 후 새 추기경의 이름을 선포하며 품계를 지정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사제급’ 추기경으로 품계를 받았다. 염수정 추기경의 이름은 19명 중 12번째로 ‘안드레아 염수정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로 선포됐다.

교황은 이어 추기경 서임과 명의본당을 지정하는 칙서를 수여한 후 신임 추기경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로마시내 트레스테베레 지역에 위치한 ‘성 크리솔로고 성당(San Crisogono)’을 명의사제로 지정받았다.

▲ 22일(현지시각)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참석해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신임 추기경들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염 추기경은 서임식 후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포옹을 해주면서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인도 교황을 사랑하며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번 서임식은 폐쇄회로 TV를 통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몰려든 세계 각국의 군중에게 중계됐다. 한국인 참관객들은 염 추기경의 이름이 호명되고, 주케토와 비레타를 받을 때마다 환호했다.

또 지난해 2월 자진 퇴위한 이후 은둔생활을 해온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신·구 교황과 미래의 교황이 함께한 자리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일반에 공개되는 예배의식에 함께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염 추기경은 24일 오전 11시 친지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요청과 한국 방문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염 추기경의 로마 출국에는 북한 전문가인 함제도(하몬드 제라드,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평양교구장 서리 고문) 신부가 동행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 20~21일 ‘가정의 복음화’라는 주제로 바티칸시티 내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 참석해 교황에게 “현재 한국에서는 이산가족상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이산가족 대부분이 80세를 넘겼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과 북으로 흩어져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족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이산가족들과 이번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된 상봉자들을 위해 교황님께서 기도해주시고 강복해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4시에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는다.

염 추기경은 26일 로마에서 출발, 27일 오후 5시 25분께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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