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근거로 제시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검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중의원 예산회의에서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은 없었다’며 고노담화의 근거가 된 위안부 피해자 청취조사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일본유신회 의원의 주장에 재검증 의사를 밝혔다.

고노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과 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이다. 고노 관방장관은 위안소는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ㆍ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관여했다 밝히고 일본군 위안부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보수극우 성향의 야마다 의원은 스가 관방장관에게 고노담화의 근거가 된 위안부 피해자 청취조사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제삼국의 학자를 포함해 재검증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질의했다. 또한 당시 청취조사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스가 관방장관은 “(조사가) 비공개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비밀로 취급하면서 어떻게 가능한지, 제출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야마다 의원은 또 청취조사 내용 제출과 아울러 정부 내에서 팀을 만들어 전문가가 검토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스가 관방장관은 “역사학자나 전문가가 연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 부장관의 발언도 있고 야마다 의원도 요청하므로 기밀을 유지하는 가운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시하라는 고노담화 발표 당시 관방 부장관을 역임했던 인물로 담화 발표에 깊이 관여했었다. 그는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피해자 청취조사 내용을 그대로 수용해 고노담화에 반영했음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느냐는 물음에 “피해자 16명의 증언을 듣고 기록했으며 강제적으로 종사시켰다는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것들을 취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도 “(위안부) 모집업체에 관헌이 개입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스가 관방장관의 이번 발언은 고노담화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아베 내각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차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 발표 전에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일본군이나 관헌에 의한 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각회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현재의 아베내각 역시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검증이 이뤄질 경우 그간 일본 보수우익 세력들이 주장하던 고노담화 철회 및 수정에 대한 실질적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일본유신회는 고노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전 장관의 국회 참고인 소환을 요구하는 전국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 당의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고노담화를 검증하겠다며 지난해 11월 ‘역사문제검증 프로젝트팀’을 설치하기도 했다. 보수성향의 산케이 신문 역시 청취조사에 참여한 피해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등이 부정확하다며 고노담화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반복 보도해왔다.

한편 스가 관방장관의 발언으로 실제 고노담화에 대한 검증이 시작될 경우 국제 인권단체나 위안부 피해자 단체 등의 거센 반발도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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